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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31 감성적 디자인과 진화 미학 (4)
감성적인 디자인에서 도널드 노먼은 "예쁜 물건이 쓰기도 좋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자인 Alice Isen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행복한 상태로 있을 때 사고의 폭이 넓어지며 창조적인 사고가 촉진된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omitted...) 사람들은 걱정으로 인해 불안해할 때 그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에만 집중하면서 사고의 폭을 좁히는 경향이 있다. 이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는 좋은 전략이지만, 문제 해결에서 새로운 창의적 접근 방법을 생각해 내는 데는 좋은 전략이라 할 수 없다. Alice Isen의 결론을 보면, 사람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상태일 때 사고의 진행이 넓어지고 창의적으로 되며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이 연구를 비롯한 관련된 연구들의 결과에서 제품 디자인의 미학적 역할이 제기된다. 예쁜 물건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그 결과 더욱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제품이 사용하기 쉬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쉽도록 하기 때문이다. --p33~34, The Emotional Design
맞는 말입니다(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다보면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구분하여 생각하지 않았던 고대 그리스인들의 미 관념(kalon)이 현대인들의 미 관념보다 더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예쁜 물건"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도널드 노먼은 "예쁜 물건"에 대한 인지가 "자동적이며 태어날 때부터 미리 프로그래밍된 본능적 단계(visceral level)"에서 일어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계(감정, 본능)에 대한 설명으로는 진화심리학, 미적 선호에 대한 이야기로 특화하자면 진화미학(Evolutionary Aesthetics)이 특히나 적절한 틀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화미학에서는 인류 보편적인 미적 선호의 일부가 적응 문제(생존 혹은 번식)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오랜 자연선택(과 성선택) 과정을 통해 생존 및 번식에 도움이 될만한 환경이나 생물 등에 대한 선호가 생겼고, 이것이 인류 보편적이고 본능적인 미적 선호들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환경/생물과 유사한 외형을 가지는 인공물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적 선호를 보일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화미학의 관점은 "예쁜 물건은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고, 그 결과 더욱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라는 연구 결과와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뱀이나 독거미 등이 있을지 모르는 "생존에 적절치 못한 환경"에 놓인 인간은 이러한 위험 요소들에 대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경계하게 됩니다. 반면 생존에 적절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의식적/무의식적 노력의 분산이 필요 없어집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 적합한 단어로 치자면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에 좋은 모드인 것이죠.

진화미학의 관점으로 한정 지어보면 "예쁜 물건"을 만드는 한가지 방법은 "자연을 닮은 인공물"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연을 닮은 인공물"이라는 접근은 이미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등이 그렇죠.

하지만 단순히 "자연을 닮은 인공물"이라는 수준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습니다(제약이란 때때로 아주 좋은 것입니다). "과거 인류의 생존 및 번식에 도움이 되었을 환경 혹은 생물을 닮은 인공물"이라고 하는 것이죠.

이렇게 놓고 보면 Natural Metaphor for Information Visualization의 접근은 개선될 여지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Natural Metaphor를 적용한 IV


작고 꾸물거리고 털 많은 벌레는 사실 "인류 보편적 혐오물"의 하나이니까요. 또, Organic Information Visualization 에서는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가이드라인은 도널드 노만의 본능적 단계(visceral level)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행동적 단계(behavioral level)에 해당하는 얘기라서 약간 쌩뚱 맞습니다. 본능적 단계에서의 가이드라인이라면 최적(optimal)이나 간결(simple)이 아닌 다른 축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를테면 "단순한 물리법칙에 따른 움직임 보다는 목적성을 가진 주체로 보이는 움직임이 좋다", "쥐처럼 움직이기 보다는 개처럼 움직이는 것이 좋다" 같은 설명 말이죠.

약간 벗어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웹사이트 등의 "지역화" 문제 또한 진화미학 혹은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지역화"란 각 지역의 문화나 관습에 맞게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을 말하는데, 어쩌면 "지역화"보다 ROI가 높은 작업은 "성별에 따른 커스터마이징" 혹은 "연령대에 따른 커스터마이징" 등일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터페이스 디자인처럼 답이 무수히 많은 문제를 풀 때에는 제약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그래야 시행착오가 줄어드니까), 진화미학이 본능적 단계의 디자인 문제에 대한 하나의 제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하고 있는 재미있는 생각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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