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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요케에 대한 부연

최근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의 포카요케(실수 방지)에 대한 글을 두 개 읽었는데요:

두 글에서 모두 포카요케를 너무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연을 하고자 합니다. 


1. 포카요케란?

도요타 방식에서 말하는 포카요케는 실수/오류에 대비하는 모든 방법을 통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 방법에 의거하여 실수/오류를 방지 혹은 대처하는 것을 뜻합니다:
  • 애초에 실수/오류가 일어날 수 없도록 제약하기
  • 그게 불가능하다면 실수/오류를 최대한 빨리 알려주기

2. 건전지 디자인과 토글 스위치의 상태

온/오프라인에서의 포카요케 사례에서 말하는 첫번째 사례(건전지 디자인)의 경우 "어떻게 끼우더라도 작동하도록 하는 디자인"이 포카요케의 사례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건전지 디자인에 포카요케를 적용한다는 것은 거꾸로 넣으려고 하면 아예 들어가지를 않거나 거꾸로 넣는 순간 경고음이 나거나 하는 방식 등을 말합니다.

두번째 사례(토글 스위치)도 유사한데, 굳이 포카요케라고 하기보다는 어포던스(perceived affordance) 혹은 feed-forward(feedback에 대응되는 의미, 특정 행위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게 해주는 것) 정도의 용어가 이미 널리 쓰이기도 하고 더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치 UI에 포카요케를 적용하는 사례라면 예를 들어, 특정 스위치를 끄지 말아야하는 상황이라면 그 스위치가 켜진채로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예 끄지 못하게 만들거나, 쓸 수 없는 스위치가 아예 화면에서 사라지거나, 그 스위치를 끄려고 할 때 경고를 하거나 등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3. 포카요케의 네 가지 분류?

실수 방지 디자인에서는 포카요케를 경고(warning), 복구(undo), 우회(detuor), 통과(pass) 네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 또한 포카요케를 너무 자의적으로/넓은 의미로 해석하는 느낌입니다. 위 분류법에 맞춰 말하자면 포카요케는 일차적으로 우회(detuor), 그게 안될 경우 경고(warning)를 주자는 의미이고 포카요케에서의 우회란 어포던스나 feed-forward 등에 의한 우회가 아니라 아예 제약(constraints)을 걸어버리는 방식의 우회를 특별히 뜻합니다.

게다가 통과(pass)의 경우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적절히 넘겨주는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고장감내(fault-tolerant) 혹은 탄력성(resilience) 등과 유사한 개념으로 포카요케와는 대비되는 방식입니다. 고장감내나 포카요케나 오류/실수에 대처한다는 목적은 동일하지만 접근 방식이 정반대인데, 고장감내는 오류/실수가 발생하더라도 최대한 끌고 가는 것이고 포카요케는 오류/실수가 애초에 발생하지 못하게 하거나 발생하면 최대한 빨리 멈춰버리는 것입니다(프로그래밍으로 치자면 Design by Contract 혹은 Defensive Programming 비슷하고, 보안 쪽으로 한정짓자면 Security by Design 혹은 Capability-based security 같은 느낌).


4. 용어 하나 가지고 뭘...

용어 하나 가지고 깐깐하게 구는 이유에 대해 부연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어포던스나 UX 같은 용어들은 (외국 사람들하고는 얘기를 별로 못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뜻이 너무 많아서 아무 뜻도 없는 "죽은 용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이는 용어들을 모호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죽은 용어가 늘면 그 분야(및 해당 분야에 속한 개개인들)의 발전이 더뎌지지 않을까요.

방문자도 얼마 없는 한적한 블로그에서 끄적거린다고 무슨 큰 변화가 생기겠느냐마는, 그냥 한 번 꿈틀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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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UX 디자인에 진화심리학을 응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주의(attention)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논문을 하나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Category-specific attention for animals reflects ancestral priorities, not expertise

by Joshua New, Leda Cosmides, and John Tooby

Visual attention mechanisms are known to select information to process based on current goals, personal relevance, and lowerlevel features. Here we present evidence that human visual attention also includes a high-level category-specialized system that monitors animals in an ongoing manner. Exposed to alternations between complex natural scenes and duplicates with a single change (a change-detection paradigm), subjects are substantially faster and more accurate at detecting changes in animals relative to changes in all tested categories of inanimate objects, even vehicles, which they have been trained for years to monitor for sudden life-or-death changes in trajectory. This animate monitoring bias could not be accounted for by differences in lower-level visual characteristics, how interesting the target objects were, experience, or expertise, implicating mechanisms that evolved to direct attention differentially to objects by virtue of their membership in ancestrally important categories, regardless of their current utility.

간략히 요약/설명하자면...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은 현재의 목적, 개인적 관련성, 저수준의 특징에 기반하여 처리할 정보를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인간의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에는 동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고수준의 범주-특화적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세팅은 전통적인 change-detection paradigm의 재활용인데요:

복잡한 자연 경관, 이와 동일하지만 단 한 가지만 변경된 경관

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두 장면 사이에서 변경된 대상이 건물, 컵인 경우에 비해 동물일 때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보다도 코끼리나 비둘기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놀라운데, 자동차의 경우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주의깊게 그 움직임을 관찰해야만 하는 반강제적 훈련(생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을 최소 수 년간 해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이러한 선별적 주의 메커니즘을 다른 이유들(저수준 시각 특성 때문, 대상 물체에 대한 흥미 때문, 경험이나 전문성 때문)로는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으며, 현대 사회에서의 가치(자동차 등)와 무관하게 선조들에게 중요했을 범주에 속하는 대상에 대해 선별적인 주의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진화된 적응 메커니즘으로 설명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논문 요약이고요,진화심리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이 심리 모듈의 영역 특수성(domain specificity of psychological modules)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체가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기관들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인간의 마음도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대량 모듈 가설, massive modularity hypothesis), 각 모듈은 아무 입력에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모듈에 특화된 입력(content specificity)에 의해 활성화되며 그 특화된 입력의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모듈들은 진화적 적응의 결과물(그래서 EPM - 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 - 이라고 부릅니다)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핵심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UX와 관련을 지어 보자면 기존의 시각디자인 이론이나 각종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지각/인지심리의 논의에 따라 내용/영역 중립적인(contents/domain general)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고 간혹 예외적으로 영역 특수적인 서술이 들어있는 식(이를테면 인간의 눈은 얼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를 디자인에 활용하라거나)인데,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취하여 영역 특수적인 서술의 양을 늘린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유용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영역 특수적 접근은 진화심리학이 UX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일반적/장기적으로는 해부학이 인간공학(특히 Physical Ergonomics)에 기여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화심리학이 인지공학/HCI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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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심포지움 2010에서 도널드 노먼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평소에 도널드 노먼 홈페이지를 스토킹하길 참 잘했다"였습니다. 1) 강연의 거의 모든 내용이 홈페이지에 몇 년 전부터 쌓아둔 글들에 기반하고 있으며, 2)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강연에 비해 홈페이지의 글들이 더 잘 정리되어 있고 깊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도널드 노먼의 이번 강연을 잘 이해하려면 아래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각각에 대한 요약은... 생략합니다 (죄송)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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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Symposium 2010 발표자료

지난 월요일(2010/11/08)에 UX Symposium 2010 행사가 있었습니다.

영광스럽게 저에게도 발표를 할 기회가 주어져서(감사합니다) "Seeing UX through the Lense of Evolution"이라는 주제로 40분 간 발표를 하였습니다.

올해 초 UXCamp 때 발표했던 "사용자는 정말 멍청한가?"의 후속편입니다. 발표하면서 참고했던 각종 자료들을 PPT 문서 해당 페이지 하단에 표시하였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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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4일에 아이패드를 수령했습니다. 이제 약 두 달 정도 썼는데 마치 몇 년은 끼고 산 느낌입니다 ㅎㅎ

주된 용도는:

  • 책 읽기(Kindle App, iAnnotate PDF)
  • 웹 서핑(Safari, Reeder)
  • 회의/대화 중 낙서 (Brushes)
  • 할일 관리, 각종 메모 (iThought HD)
  • 게임 (온갖 App ㅋㅋ)

입니다. 일단 페이지별 앱 인증샷부터:

1페이지.
가장 자주 쓰는 앱들은 하단에 깔고, 그 외 자주 쓰는 애들이 1페이지에 있습니다.

2페이지.
게임들. 원숭이 섬의 비밀 2, PvZ, 비쥬얼드, 턴방식 전략게임들, 여러 명이 모여서 시간 때우기 좋은 게임들 등.

3페이지.
잘 안하는 게임들은 여기에.

4페이지.
음악 관련. 메트로놈, 기타 악보 보는 앱(TabToolkit) 등을 종종 씁니다.

5페이지.
사전류.

6페이지.
기타 읽을 거리들(Wired 등)

7페이지.
거의 안써서 지우기 직전인 놈들

1. 읽기

일단 화면이 넓으니 확실히 뭘 하든 아이폰보다 편합니다. 다만 Kindle 등 읽기 전용 디바이스에 비하면 장단점이 확실히 갈리는데, 대략 이렇습니다:

  • 무게: 킨들2에 비하면 아이패드가 훨씬 무거워서 그냥 한 손으로만 들고 있으면 약 2~3분 이내에 손가락 관절이 아파옵니다. 그래서 두 손으로 들던지, 손으로만 드는게 아니라 팔로 지지하고 손으로는 살짝 잡기만 하는 식으로 봐야 합니다.
  • 화면: 눈도 킨들2에 비해 확실히 피로합니다. 다만 저는 책을 진득하니 오래 보는 편이 아니라서 눈의 피로는 참을만 하고요. 문제라면 오히려 밝은 대낮의 야외 독서 경험이 매우 안좋다는 점이죠. 화면이 너무 흐리게 보여서 킨들2의 전자잉크 화면과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밤에 독서등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고요.
  • 인터랙션: 소설류와 같이 인터랙션 거의 없이 처음부터 뒤로 순차적으로 읽기만 하면 되는 종류의 책이라면 아이패드나 킨들2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밑줄을 자주 긋는다거나, 앞뒤로 넘어다닐 일이 많다거나, 메모를 한다거나, 아무튼 인터랙션이 많으면 많을수록 아이패드가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 기타: 킨들2에는 사전, 본문검색, TTS 등이 내장되어 있는데 아이패드용 킨들 앱에는 아직 없습니다. 사전과 본문검색은 곧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고, TTS는 계획에 없는 모양입니다.

2. 쓰기

일단 아직까지(iOS 3.2.1 기준) 한글 입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몽땅 영어로 써야합니다. 그덕에 반 강제적으로 영작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키보드는 아이폰에 비해 확실히 입력이 편하고 몇 가지 제스처(swipe, multi-touch 등)를 익히면 키입력이 매우 빨라지게 됩니다. 사실 아이패드 살 때 거의 읽기 전용으로 쓸 마음으로 샀는데, 어지간한 문서 작성이나 마인드매핑은 전혀 무리없이 할 수 있습니다.

3. 놀기

게임용으로는 뭐… 설명이 필요 없으므로 스킵.

4. 단점 및 보완

네트워크: 3G 모델이 아니라서 KT Egg를 함께 들고다니고 있는데, 집에서는 집 AP를 쓰고, 회사에서는 회사 AP를 쓰고, 결국 지하철 등 야외에서만 Egg를 쓰게 됩니다. 따라서 Egg 베터리 문제(5시간이라고 합니다)도 별로 걱정 안하고 대략 어디서든 인터넷이 되는 상태로 쓰고 있습니다. 아이패드 버그 때문에 집 AP는 자꾸만 끊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3.2.1 업데이트 이후 이 문제가 사라져서 아주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ㅎㅎ 에 또, iThought HD (마인드맵 App) 등 각종 앱이 Dropbox를 지원하고 있어서 회사-집-아이패드-아이폰 이렇게 연동해서 쓰고 있는데 이것 또한 매우 좋습니다.

iOS 4.x: 그리고 아이패드는 아직 iOS 4.x 버전이 나오지 않아서 멀티태스킹 등이 안됩니다. 아이폰보다는 아이패드야말로 멀티태스킹이 필요한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조만간에 업데이트가 나오겠죠(한글 키보드와 함께). 아 그리고, 아이패드용 iOS 4.x 버전이 나오면 아마도 기존 아이폰 앱을 실행할 때에도 뭔가 좀 폰트 등이 미려해지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보는 중입니다(iOS 4.x에는 서로 다른 두 해상도의 아이폰을 지원하기 위해 이 기능이 들어있거든요).

무게: 이건 좀 큰 문제입니다. 한 손으로 들기엔 확실히 무겁고 손가락 근육에 많은 무리를 줍니다. 게다가 어떻게 들고다녀도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표현인데 “두꺼운 유리조각을 하나 들고다니는 느낌”입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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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Camp 발표자료

"사용자는 정말 멍청한가?"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였습니다. 반나절만에 급조한 자료라 좀 부실하지만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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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어제 하루 사람들의 반응은 1) 기계 자체는 "큰 iPod Touch"이지만 가격이 참 착하다, 2)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잠재력이 크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출처: http://www.uxfactory.com/824, gawker.com)

저야 뭐 일단 나오면 64GB/No 3G 모델을 지르기는 할테지만(ㅋ) 그 간 여러 종의 PDA, 소형 노트북, UMPC, 킨들, 아이팟 터치, 아이폰 등을 사용해 본 경험과 어제 소개된 iPad 관련 각종 동영상을 본 결과로 추측해보니 iPad의 (UX 관점에서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보자면 iPad는 사이즈가 커진 아이팟 터치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변화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대체로 "기계는 커졌지만 사람의 손가락은 커지지 않았다"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1. 아이폰 앱 호환성

아이폰 앱이 100% 호환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화면은 확대할 수 있지만 사람 손가락은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특히 가상의 패드를 통해 조작하도록 설계된 몇몇 게임들이나, 한 손에 들고 엄지로만 조작할 수 있게 설계된 앱들은 대체로 호환이 안되거나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연에서 보여주는 게임들도 대체로 중력센서 위주였고, 그나마도 간혹 화면을 터치할 때 손의 모양을 보면 무척 부자연스럽습니다(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손가락이 더 짧을테니 더 큰 문제죠).

(중력 센서 기반 게임들)

(하지만 이런 손가락 모양은 곤란)

쌓여있는 레거시를 어쩌지 못해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보이는데,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애플이 이런 말 하면 못쓰죠.


2. 베젤이 두꺼운 이유

몇몇 사람들이 베젤이 너무 두꺼워서 간지가 안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죠. 아이폰의 경우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지 않고도 한 손에 안정감 있게 쥘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아이폰의 크기 탓(말 그대로 hand-held)이었죠.

하지만 0.7kg에 10인치 크기나 되는 기계를 손에 안정감 있게 쥐면서도 화면을 실수로 터치하지 않게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베젤이 두꺼워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애플이 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애플이니까요!) 그냥 평범한 해결책을 들고 나왔네요.


3. 동영상에 나오는 허벅지들

시연 동영상이나, Jobs의 발표 영상을 보면 항상 "허벅지"가 보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거의 모든 영상에서 사람들은 쇼파에 "편한 척" 앉아서 허벅지를 30도 정도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혹은 한쪽 다리를 꽈서 뭔가 "각"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 이유는?

(이 '편한척 하는' 허벅지들 어쩔거임?)

아이폰은 한손에 쥐고 엄지로 조작하고, 랩탑은 무릎에 놓고 양손으로 조작하는데 iPad는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무릎에 놓자니 시선과 화면 사이의 각이 안나와서 자라목을 해야하고, 한 손에 들자니 간혹 양손으로 조작할 일이 있을 때 편치도 않죠. 결국 허벅지를 어중간하게 들어올려서 랩탑 비슷하게 쓰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지하철에서 서서 쓰기에도 불편하고, 자리에 앉아도 각이 안나와서 불편하다는 얘기죠. 거치대 달린 케이스는 악세사리가 아니라 거의 필수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라목" 문제는 라온 베가, 후지쯔의 타블렛 모델들 등 키보드 없는 컴퓨터를 써본 사람이라면 바로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노트북이나 대부분의 넷북은 키보드가 있고 LCD 모니터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무릎에 거치하고도 적절한 시선으로 화면을 볼 수 있죠.)

하지만 거치대 달린 케이스의 큰 단점은 무게죠. 적어도 100g 정도는 추가될테니 말입니다. 뭐 한 2kg 쯤 되는 물건이 2.1kg 되는거야 느끼기 힘들지만 700g 짜리 물건이 800g 되는 것은 무시하기 힘들지요. (600g~1.2kg 사이의 다양한 노트북 혹은 UMPC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조작해보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

킨들에 케이스와 독서등을 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


4. 한 손 조작의 어려움

아이폰/아이팟 터치가 기존의 다른 핸드헬드 기기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지만 대체로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장점 하나는 바로 "한 손 조작"입니다.

아이폰의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한손에 쥔 상태에서 같은 손의 남는 손가락 만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상단의 전원, 측면의 볼륨, 하단의 홈버튼)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한 손에 책을 들거나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도 나머지 한 손으로 거의 아무 지장 없이 기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엄지를 세워서 손톱으로 눌러줘야 하는 감압식 패널의 경우 한 손 조작시 엄지 손가락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아이폰은 정전식이라서 엄지 손가락을 부자연스럽게 세울 필요가 없어서 더욱 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이폰의 경우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모두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버튼 또한 왼손잡이/오른손잡이가 모두 한 손으로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죠.

iPad는 한 손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불편하겠죠. 두꺼운 베젤, 큰 사이즈, 무게 등이 모두 한 손 조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에 쥔 상태로 엄지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대략 화면의 1/4 영역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새로운 종류의 Fitts' Law가 탄생할지도. :-)


5. 유니버셜 App?

아이폰 앱은 화면이 자동으로 확대되므로 iPad와 100% 호환이 된다고 우기고 있습니다만 아까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고, 애플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당연히 iPad용 SDK가 어제 아이폰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되었습니다. 이제 아이폰 앱은 공식적으로 세 종류가 되었습니다. 1) iPhone 버전, 2) iPad 버전, 3) Universal 버전.

3번은 하나의 앱(binary)인데 기계 종류에 따라 적응적으로 다른 UI를 보여주는 방식의 앱을 말합니다.

이쯤 되면 안드로이드의 냄새(scent 아니고 smell)가 풍기기 시작하죠. 안드로이드의 단점 하나로 지적되던 것이 H/W 스펙이 다양해서 앱 개발자들이 최적화된 앱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는데요, 안드로이드 수준은 아니지만 슬슬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하죠.

사실 크게는 위의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상세히 보자면, iPod인지 iPhone인지 iPad인지(카메라 유무, 마이크 유무, 화면 크기, 기계 성능 등 다양한 차이가 있죠), iPhone OS 버전이 무엇인지(사용 가능한 API 종류에 차이가 있죠) 등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건 최종사용자의 UX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으나 개발자도 일종의 사용자니까 개발자 경험(DX? ㅎㅎ)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뭐 결국 이게 완전 분리된 문제도 아니고요. 개발자가 고생하면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죠.


6. 결론

나름 가열차게 까봤는데... 이렇게 까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애플이니까.

다른 회사에서 나온 타블렛이라면 당연히 저런 문제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쓰겠지만, 애플이라면 뭔가 마법과도 같은 솔루션을 보여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한 줄 요약: 아무튼 저는 살랍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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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어제 하루 사람들의 반응은 1) 기계 자체는 "큰 iPod Touch"이지만 가격이 참 착하다, 2)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잠재력이 크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출처: http://www.uxfactory.com/824, gawker.com)

저야 뭐 일단 나오면 64GB/No 3G 모델을 지르기는 할테지만(ㅋ) 그 간 여러 종의 PDA, 소형 노트북, UMPC, 킨들, 아이팟 터치, 아이폰 등을 사용해 본 경험과 어제 소개된 iPad 관련 각종 동영상을 본 결과로 추측해보니 iPad의 (UX 관점에서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해서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보자면 iPad는 사이즈가 커진 아이팟 터치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변화로 인해 여러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대체로 "기계는 커졌지만 사람의 손가락은 커지지 않았다"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입니다.


1. 아이폰 앱 호환성

아이폰 앱이 100% 호환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것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화면은 확대할 수 있지만 사람 손가락은 확대할 수 없기 때문에 사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죠. 특히 가상의 패드를 통해 조작하도록 설계된 몇몇 게임들이나, 한 손에 들고 엄지로만 조작할 수 있게 설계된 앱들은 대체로 호환이 안되거나 매우 불편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시연에서 보여주는 게임들도 대체로 중력센서 위주였고, 그나마도 간혹 화면을 터치할 때 손의 모양을 보면 무척 부자연스럽습니다(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손가락이 더 짧을테니 더 큰 문제죠).

(중력 센서 기반 게임들)

(하지만 이런 손가락 모양은 곤란)

쌓여있는 레거시를 어쩌지 못해 내놓은 궁여지책으로 보이는데, 다른 회사라면 몰라도 애플이 이런 말 하면 못쓰죠.


2. 베젤이 두꺼운 이유

몇몇 사람들이 베젤이 너무 두꺼워서 간지가 안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죠. 아이폰의 경우 스크린에 손가락을 대지 않고도 한 손에 안정감 있게 쥘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아이폰의 크기 탓(말 그대로 hand-held)이었죠.

하지만 0.7kg에 10인치 크기나 되는 기계를 손에 안정감 있게 쥐면서도 화면을 실수로 터치하지 않게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베젤이 두꺼워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애플이 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했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는데(애플이니까요!) 그냥 평범한 해결책을 들고 나왔네요.


3. 동영상에 나오는 허벅지들

시연 동영상이나, Jobs의 발표 영상을 보면 항상 "허벅지"가 보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거의 모든 영상에서 사람들은 쇼파에 "편한 척" 앉아서 허벅지를 30도 정도 들어올리고 있습니다. 혹은 한쪽 다리를 꽈서 뭔가 "각"을 만들어내고 있죠. 그 이유는?

(이 '편한척 하는' 허벅지들 어쩔거임?)

아이폰은 한손에 쥐고 엄지로 조작하고, 랩탑은 무릎에 놓고 양손으로 조작하는데 iPad는 두 가지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무릎에 놓자니 시선과 화면 사이의 각이 안나와서 자라목을 해야하고, 한 손에 들자니 간혹 양손으로 조작할 일이 있을 때 편치도 않죠. 결국 허벅지를 어중간하게 들어올려서 랩탑 비슷하게 쓰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지하철에서 서서 쓰기에도 불편하고, 자리에 앉아도 각이 안나와서 불편하다는 얘기죠. 거치대 달린 케이스는 악세사리가 아니라 거의 필수품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라목" 문제는 라온 베가, 후지쯔의 타블렛 모델들 등 키보드 없는 컴퓨터를 써본 사람이라면 바로 공감할 수 있을겁니다. 노트북이나 대부분의 넷북은 키보드가 있고 LCD 모니터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으므로 무릎에 거치하고도 적절한 시선으로 화면을 볼 수 있죠.)

하지만 거치대 달린 케이스의 큰 단점은 무게죠. 적어도 100g 정도는 추가될테니 말입니다. 뭐 한 2kg 쯤 되는 물건이 2.1kg 되는거야 느끼기 힘들지만 700g 짜리 물건이 800g 되는 것은 무시하기 힘들지요. (600g~1.2kg 사이의 다양한 노트북 혹은 UMPC를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조작해보며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추측)

킨들에 케이스와 독서등을 달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도 마찬가지.


4. 한 손 조작의 어려움

아이폰/아이팟 터치가 기존의 다른 핸드헬드 기기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나지만 대체로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지 않고 있는 장점 하나는 바로 "한 손 조작"입니다.

아이폰의 거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한손에 쥔 상태에서 같은 손의 남는 손가락 만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인터페이스(상단의 전원, 측면의 볼륨, 하단의 홈버튼)도 마찬가지죠. 따라서 한 손에 책을 들거나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도 나머지 한 손으로 거의 아무 지장 없이 기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엄지를 세워서 손톱으로 눌러줘야 하는 감압식 패널의 경우 한 손 조작시 엄지 손가락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아이폰은 정전식이라서 엄지 손가락을 부자연스럽게 세울 필요가 없어서 더욱 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이폰의 경우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모두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 버튼 또한 왼손잡이/오른손잡이가 모두 한 손으로 불편함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죠.

iPad는 한 손 조작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매우 불편하겠죠. 두꺼운 베젤, 큰 사이즈, 무게 등이 모두 한 손 조작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손에 쥔 상태로 엄지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대략 화면의 1/4 영역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새로운 종류의 Fitts' Law가 탄생할지도. :-)


5. 유니버셜 App?

아이폰 앱은 화면이 자동으로 확대되므로 iPad와 100% 호환이 된다고 우기고 있습니다만 아까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이는 절반의 진실일 뿐이고, 애플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당연히 iPad용 SDK가 어제 아이폰 개발자 사이트에 공개되었습니다. 이제 아이폰 앱은 공식적으로 세 종류가 되었습니다. 1) iPhone 버전, 2) iPad 버전, 3) Universal 버전.

3번은 하나의 앱(binary)인데 기계 종류에 따라 적응적으로 다른 UI를 보여주는 방식의 앱을 말합니다.

이쯤 되면 안드로이드의 냄새(scent 아니고 smell)가 풍기기 시작하죠. 안드로이드의 단점 하나로 지적되던 것이 H/W 스펙이 다양해서 앱 개발자들이 최적화된 앱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는데요, 안드로이드 수준은 아니지만 슬슬 그런 냄새가 나기 시작하죠.

사실 크게는 위의 세 가지로 구분되지만 상세히 보자면, iPod인지 iPhone인지 iPad인지(카메라 유무, 마이크 유무, 화면 크기, 기계 성능 등 다양한 차이가 있죠), iPhone OS 버전이 무엇인지(사용 가능한 API 종류에 차이가 있죠) 등에 따라 상당히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건 최종사용자의 UX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겠으나 개발자도 일종의 사용자니까 개발자 경험(DX? ㅎㅎ) 정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뭐 결국 이게 완전 분리된 문제도 아니고요. 개발자가 고생하면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죠.


6. 결론

나름 가열차게 까봤는데... 이렇게 까는 이유는 단 한가지.

애플이니까.

다른 회사에서 나온 타블렛이라면 당연히 저런 문제들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쓰겠지만, 애플이라면 뭔가 마법과도 같은 솔루션을 보여줄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한 줄 요약: 아무튼 저는 살랍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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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영(Indi Young)의 저서 "멘탈 모델"의 번역서가 나왔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인이 영은 AdaptivePath의 창업자 중 한 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 잠시 당황했었어요.

HCI/IxD/UX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멘탈 모델(Mental Model)이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의미로 쓰이죠:

멘탈 모델이란 실세계의 특정 대상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사람의 사고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A mental model is an explanation of someone's thought process about how something works in the real world. --Wikipedia

도널드 노먼도 "디자인과 인간 심리"라는 유명한 책에서 아래와 같이 쓰고 있고요:

디자인 모델이란 디자이너의 개념 모델을 말한다. 사용자 모델이란 사용자가 시스템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멘탈 모델을 의미한다. ... 시스템의 상(image)가 디자인 모델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드러내지 못하면 사용자는 결과적으로 잘못된 멘탈 모델을 갖게 된다.

The design model is the designer's conceptual model. The user's model is the mental model developed through interaction with the system. ... If the system image does not make the design model clear and consistent, then the user will end up with the wrong mental model. --p16,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또는 IxD encyclopedia의 설명도 마찬가지.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의하면 1943년에 Kenneth Craik이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한 표현이라고는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패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1) 사용자의 멘탈 모델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2) 사용자가 올바른 멘탈 모델을 형성하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다루어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죠.

그런데, 인디 영의 책에서 설명하는 "멘탈 모델"이라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닙니다. 책의 설명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은 의미입니다:

멘탈모델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구성되며, 각 부분은 다시 몇몇 그룹으로 분류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멘탈모델은, 대표 사용자들에게서 수집된 에쓰노그래피 자료를 의미상 가까운 것끼리 모아 놓은 친화도라고 하겠다. --p2

그러니까, 사용자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지는 그런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업무 과정 중에 만들어내는 구체적인 산출물(artifact)을 말합니다. 대략 아래와 같이 생겼습니다:

자신이 고안한 표현 양식 혹은 방법론의 이름을 왜 하필 멘탈모델이라고 명명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본문 중에 나오기는 합니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멘탈모델은 특정한 상황에서 누군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모델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상당히 안정적인 모델이다.

내가 이 구분을 집고 넘어가는 이유는, 인간의 인지 체계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도 지난 십수년 간 내적 표상을 매우 깊이 연구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멘탈모델은 내적 표상 연구에서 다루는 내용과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멘탈모델'은 인간의 내적 표상에 대한 더욱 일반적인 범위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지 연구는 이제 매우 세분화된 분야로, 그 논문들을 보면 자신들이 내적 표상을 어떤 범위에 한정해서 연구했는가를 장황한 수식어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p9

그러니까, 전문가들이 십수년간 깊게 연구했지만 저자 본인은 그냥 자기 맘대로 정의해서 쓰겠다는 얘기인데요... 좀 이상한 주장인것 같아서 원문을 찾아보니 번역문과 미묘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내가 이 둘을 구분하고자 하는 이유는, 지난 십여년간 인지 분야 연구자들이 내적 표상에 대하여 대단히 깊게 연구를 했었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멘탈 모델이 현재 통용되는 정의 중 어디에 속하는지 명시하고 싶기 때문이다.

I want to acknowledge this distinction because those in the field of cognitive research have explored mental representation in great detail in the past decade, and I want to indicate where these mental models might fall within the currently defined parameters.

원문을 봐도 좀 모호해서 검색질을 해봤는데, 이런 글을 발견했습니다. 중간에 저자가 직접 코멘트를 달았군요:

...지난 십여년 간 인자과학자들은 (멘탈 모델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계속 확장해왔다. 나는 이 데이터 표현 양식(자신이 고안한 멘탈 모델)도 확장된 정의 내에 포함된다고 본다.

...in the past decade cognitive scientists have broadened the meaning again and again. I felt that this representation of data falls within those broader definitions.

연구자들 사이에서 멘탈 모델이라는 말이 워낙 넓은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자신이 고안한 방법론 and/or 산출물을 멘탈 모델이라고 써도 대충 괜찮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음... 여전히 이상하죠. 인지과학자들이 십여년 간 연구했다는 멘탈 모델이라면 위에서 인용한 일반적 정의(Norman 등의)를 뜻하거나, 혹은 인지과학/인공지능/심리철학 분야의 마음에 대한 계산/표상적 이론(Computational / Representational Theory of Mind)에서 말하는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두 가지 모두 저자의 용법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 것 같죠.

제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으니 정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코멘트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

독후감이라고 해놓고 책 제목 얘기만 너무 많이 했군요. 그래도 이 책에서 말하는 멘탈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으니 다행입니다 ㅎㅎ

지금까지는 용어에 대한 불만이었고요, 이 산출물의 형식이나 방법론,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멘탈 모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하는데, 크게 공감이 됩니다(p9):

  • 디자인의 자신감(confidence) - 서비스와 기능을 설계하는 지침이 된다.
  • 방향의 명확성(clarity) - 사용자와 사업 측면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
  • 전략의 연속성(continuity) - 비전과 사업 기회가 오래 지속되도록 해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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