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Captology 라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소개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Captology는 "Computers APersuasive Technologies"의 약자인데, 번역하자면 "설득 기술로서의 컴퓨터"라는 뜻이고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술"을 뜻합니다.

--[독후감] Persuasive Technology 중에서
관련 분야 중 MIP(Mass Interpersonal Persuasion)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또 아주 흥미롭습니다. MIP란 온라인 소셜 네트웍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mass)의 생각과 행동에 순식간에 영향을 끼치는 체계적인 기법을 말합니다.

Mass Interpersonal Persuasion - An Early View of a New Phenomenon에 따르면, B.J. Fogg(Persuasive Technology의 저자)를 중심으로 한 몇몇 교수팀이 2007년 9월에 클래스를 하나 열었는데, 학생들이 10주 과정을 통해 Facebook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였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1) 대부분의 학생들은 프로그래밍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 2) 사용자 확보를 위해 금전적 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는 점, 3) 당시 시점은 Facebook 플랫폼이 개방된지 4개월이 지난 후였고 6,00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어 있었으며 매일 50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추가되고 있는 상황이었습다는 점 등입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코스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사용자 수는 1,600만명, 일일 사용자 수는 100만명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MIP의 원칙들을 체계적으로 적용할 결과라고 합니다(에, 물론 스텐포드에 다니는 학생들이었으니 기본적으로 좀 똑똑하기도 했겠지만 말이죠 ㅎㅎ).

위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MIP의 여섯가지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ersuasive Experience (설득적 경험)
2. Automated Structure (자동화된 구조)
3. Social Distribution (사회적 관계를 통한 확장)
4. Rapid Cycle (빠른 주기)
5. Huge Social Graph (거대한 사회적 그래프)
6. Measured Impact (효과 측정)

각각에 대한 설명은 윗 글을 참고하시고(--;;;), 각 항목에 대해 개인적인 소감을 간략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이 문서는 Facebook 애플리케이션이라는 맥락에서 쓰인 것이지만, 저는 여기에서 소개되고 있는 기법들을 신규 웹 서비스를 만들고자 하는 작은 신생 기업에서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각 법칙들이 제목만 보면 뻔한 얘기 같지만 각각 상당한 인사이트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1번, 4번, 6번이 그렇습니다.

이 중 1번에 대해서는 Persuasive Technology라는 책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 저서 중에는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책이 있는데, 책 마지막 장 내용이 Persuasive Technology 책 전체를 그대로 요약하고 있으니(목차와 순서가 동일) 궁금하시면 이 책을 참고하셔도 좋겠습니다. 위 문서에 나온 문장 하나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은 한 Facebook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입니다:
Here is a Strawberry plant for your Green Patch. Could you help me by sending a plant back? Together we can fight Global Warming!
이 짧은 메시지 안에 굉장히 강력한 설득 요소들이 담겨 있습니다. 첫째, 무언가(strawberry plant)를 먼저 주고 있습니다(pregiving). 둘째, 상호성(reciprocity), 협동, 이타주의를 권하고 있습니다. 셋째, 사용자 한 사람을 직접 지목하며 요청하고 있습니다(direct request). 이러한 요소들이 설득에 있어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설득의 심리학(Influnce - Science and Practice)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4번 "빠른 주기"의 핵심은 "초대"와 "수락", 그리고 "재초대"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두루 거치는 주기가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싸이클이 일단 애플리케이션 혹은 메시지가 빠르게 전파될 것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빠르게 전파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모멘텀이 되어서 애플리케이션의 전파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피드백 고리가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일종의 유행을 만들어내는 효과가 있는 것이죠.

6번 "효과 측정"은 아마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데요, 각종 지표를 지속적으로 측정해가면서 세밀한 튜닝을 계속 해야한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Facebook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제작자에게 다양한 지표를 제공하고 있고 또 사용자도 많다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개선하고 릴리즈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마도 부하가 큰 데이터베이스의 성능 튜닝을 하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세밀한 튜닝에 대해 즉각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빠른 피드백을 받아가며 튜닝을 할 수 있죠).

위 글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얼마 전에 본 한 슬라이드에서는 하루에 20~30회 정도 릴리즈를 한다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슬라이드에서는 A/B Test와 같은 과학적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도 이런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유전자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수 십 벌의 후보 UI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UI를 자동으로 찾아주는 자동 A/B Test 기법에 대해서도 읽은 적이 있는데, 귀가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5번 "거대한 사회적 그래프"는... 국내에서는 네이버나 싸이 같은 입장이 아니라면 갖고 있지 못한 자산이지만 MIP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부분은 "viralize를 통해 트래픽 허브에 침투하기"라는 전략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는 Huge Social Graph를 갖고 있지 않지만 남이 가지고 있는 그래프에 침투하면 된다는 것이죠. 침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유튜브 퍼가기 기능과 MIP를 참고하세요.

문서 뒷 부분에는 뭐 기존의 Viral Adoption이라는 것과 MIP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야 새 분야를 만들었다고 우기고 싶은 저자의 입장인 것이고, 제가 보기엔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이 훨씬 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말은... "Viralize 혹은 MIP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입니다.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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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직 설익은 Captology

앞서 간단히 소개한 바와 같이 Captology란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aptology를 소개하고 있는 Persuative Technology라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아직 너무 성글다" 였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책에서는 컴퓨터를 사회적 행위자(social actor - 이를테면 미투데이의 미친척, 마이스페이스의 Tom,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재롱이 같은 것)로 활용하여 이용자에게 영향을 주는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피스의 재롱이. 그다지 성공적인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행위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원칙 중 하나로 "유사성의 원칙"이 있습니다:
People are more readily persuaded by computing technology products that are similar to themselves in some way.  (사람들은 컴퓨터 제품과 자신 사이에 닮은 점이 있을 경우에 더 잘 설득된다)

또다른 원칙인 "칭찬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By offering praise, via words, images, symbols, or sounds, computing technology can lead users to be more open to persuasion. (단어나 이미지나 기호나 소리 등을 통해 사용자를 칭찬해주면 사람들은 더 잘 설득된다)

그런데... 제시되는 원칙들이 뭐랄까, 좀 뻔한 소리들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설명은 "왜"와 "어떻게" 입니다. 유사성의 원칙에 대해서는 "왜 자신과 닮은 social actor에게 더 잘 설득되는지", "some way"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즉 어떤 부분이 닮는 것이 특히 중요한지 같은 설명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칭찬의 원칙"도 마찬가지로 어떤 칭찬이 잘 먹히는지, 왜 잘 먹히는지, 특정 상황별로 적절한 칭찬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명이 없다면 최소한 설명을 이끌어낼 틀이라도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사례 몇 가지로부터 성급하게 일반화한 소위 "원칙"들은 제가 보기에 가짜입니다. 언어학자 Noam Chomsky는 최소주의 언어이론(the minimalist program)을 통해 "문제를 다른 말로 재선언하는 것(restatement of a problem in other terms)"을 넘어서서 "진정한 설명(genuine explanation)"을 탐구하고자 하는데, 이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저는 Captology에 진화심리학이 진정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참고로 Chomsky는 진화심리학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적 접근이 자신의 이론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의 언어학이 BIolinguistics로 불리는 이유죠. 이 얘기는 나중에.)

( 음...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들려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어쩌면 제가 지금 그런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ㅎㅎ 하지만, 나름대로 다양하게 공부를 하면서 제 머리속 도구상자에 다양한 도구를 넣어보려고 시도를 해왔습니다만 진화론(theory of evolution)과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만큼 유용하고 보편적인 도구는 흔치 않았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진화심리학이 Captology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습니다. )


2. Captology에 진화심리학 적용하기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인지심리학의 모듈론(modularity)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다양한 영역 특수적 모듈(domain specific modules)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은 이 논의를 발전시켜서, 각 모듈은 과거의 특정한 진화적 환경(EEA - 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ation)에 대한 진화적 적응(evolutionary adaptation)이라고 설명하고, 게다가 그 모듈의 갯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주장합니다(massive modularity).

진화심리학은 어떠한 모듈들이 진화되었는지(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s), 각 모듈들이 어떠한 적응 문제를 담당하는지, 어떤 입력을 통해 활성화되는지, 또 어떻게 작동하여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탐구합니다(진화심리학이라는 틀이 제공하는 정상과학의 퍼즐 조각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집대성하여 심리학 분야에서의 "Gray's Anatomy" 같은 위대한 책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화심리학과 Captology가 만날 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의 틀 안에서 찾아낸 각 모듈들은 바로 Captology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떠한 심리적 모듈을 자극해야 사용자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자극하면 더 효과적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직전 글에서 소개한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괜히 쓴게 아니라는 ㅎㅎ). 이 논문에서는 상황의 미묘한 변화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특정한 소비 행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주 단순한 절차(예쁜 여성의 이미지, 약간의 상상)만으로 남성이 로멘틱한 상황을 상기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과시적 소비 행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또, 단순한 상황에서는 선행(기부 등)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남성들에게 특정한 자극(영웅심 부여 등)을 가하자 이들의 선행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대충 실험 설계 해서 때려맞춘 것이라기 보다는 다음과 같은 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An evolutionary perspective generally holds that mental mechanisms should be highly sensitive to ecological cues indicating particular adaptive problems or opportunities, such as mating opportunities (Bugental, 2000; Kenrick, Li, & Butner, 2003; Schaller, Park, & Mueller, 2003).

Much research has also shown that various cues can activate specific goal states that can influence behavior (e.g., Chartrand & Bargh, 2002; Schaller, 2003).

In line with this work, cues related to mating can activate a mating goal and its associated affective responses (Fisher, 2002; Plutchik, 1980), which in turn promote a cascade of functional perceptions, cognitions, and behaviors associated with mating success (Griskevicius, Goldstein, Mortensen, Cialdini, et al., 2006; Maner et al., 2005; Roney, 2003; Wilson & Daly, 2004).

요약: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마음의 기제는 특정 적응 문제나 기회(이를테면 짝짓기 기회)에 대한 환경적 단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단서들을 찾아냈다. 짝짓기와 관련된 단서는 짝짓기를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인식/인지/행동을 활성화시킨다.

이상입니다. (졸려서 여기까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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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웹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다가 Captology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Captology는 "Computers As Persuasive Technologies"의 약자인데, 번역하자면 "설득 기술로서의 컴퓨터"라는 뜻이고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놀랍게도(조금 황당할 정도) 30년 이내세계 평화발명해내는 것입니다(inventing world peace in 30 years).

Captology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두 권 있는데요, 한 권은 "Persuasive Technology - Using Computers to Change What We Think and Do (설득 기술 -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라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세한 요약은 제 개인위키에 정리한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또 다른 한 권은 "Mobile Persuasion"이라는 책인데,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Persuasive Technology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Donald Norman의 Affordance 개념과도 살짝 연결된다고 봅니다. 차이가 있다면 Affordance의 경우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반면, Captology의 경우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최종적인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는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 Science and Practice)"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번역서 제목이 좀 싸구려 같지만 내용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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