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언제까지 남자의 프로포즈를 튕길 수 있는가를 읽고 생각나서 씁니다:
한 여성에게 100명의 남자가 순차적으로 프로포즈 한다고 하자. 100명 중 백마탄 왕자는 한명 뿐이고, 여성는 그 남자를 찾고 싶어한다.

물론 그가 첫번째로 프로포즈할지 100번째로 프로포즈를 해 올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여자가 100명의 남자 중 제일 멋진 남자를 고른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니까 한번 프로포즈한 남자를 튕기면 다시는 그 남자는 선택할 수 없다고 하자.

즉, 만약 더 나은 남자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99명의 남자를 차례로 튕겨버렸다면 100번째 프로포즈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첫번째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드리면 99명의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보지도 못한다. 그러면 여자에게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튕김 횟수"는 37번 입니다. 37번까지 무조건 튕기면서 그 중 가장 괜찮았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 이후에 그 사람보다 좋아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잡는거죠.

물론, 평생 만나는 이성 중 결혼 후보자가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37명이라는 것이고,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50명이 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충 한 다스(12명) 정도 튕겨보고 그 이후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게 바로 한 다스의 법칙(Try a dozen heuristic)입니다

혈액형 테스트나 별자리 얘기처럼 장난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다스의 법칙(Try a Dozen)은 다양한 상황에서 37% 법칙(처음 37% 중 최고를 기억한 후 나머지 중에서 그를 뛰어넘는 사람을 뽑는 것) 만큼 잘 작동했다. 한 다스의 법칙은 간단하다. 열 두 명의 작 후보를 면접하여 그 중 최고를 기억해 둔 다음, 나머지 사람들 가운데서 그 사람보다 매력적인 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평생의 번식기간 동안 만나게 될 짝 후보가 몇 명이나 될지 미리 견적을 뽑아 볼 필요도 없다. 적어도 50명 쯤 만날 거라는 장담만 있으면 된다.

인간은 이 한 다스의 법칙과 비슷한 전략을 따르는 것 같다. 우리는 사춘기에 많은 이성 친구를 사귀고, 적어도 한 번 쯤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첫사랑을 분명히 기억해뒀다가 첫사랑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는 식이다. 모든 사람은 '만족할 만한' 상대를 찾는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절대적인 최고를 찾는 게 아니라, 꽤 괜찮은 혹은 충분히 괜찮은 상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만족할 만한 상대 찾기 규칙도 가장 복잡하고 완벽한 판단전략과 거의 대응한 정도로 강력한 성선택을 일으킨다.

--p316~317

제프리 밀러라는 신진 진화심리학자의 저서인 The Mating Mind 중에서 인용한 글입니다(이 사람은 이 밖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가설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학자 중 한 명입니다 ㅋㅋ).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이미 확률 계산을 하고 있다는 가설인거죠(진화심리학 혹은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에는 한 다스 법칙 계산 모듈을 들어 있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밀러는 이와 유사한 법칙(엄밀하게는 휴리스틱) 중에 "최고 뽑기(take the best)"라는 것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휴리스틱은 인간 심리의 휴리스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기거랜쩌의 아이디어 입니다:
Gerd Gigerenzer와 그의 동료들은 수많은 형질들을 비교해 두 명의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골라야 할 때 이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매울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단 형질들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매긴 후, 중요한 형질부터 시작해 한 후보자가 월등히 뛰어난 부분이 나타날 때가지 비교하는 것이다. 가령 짝 후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형질이 지능이고 그 다음이 미모라면, 두 명의 후보자를 놓고 바로 비교를 시작한다.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지능이 더 뛰어난가? 만약 그렇다면 그냥 똑똑한 사람으로 결정한다. 지능이 똑같다면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가? 만약 그렇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결정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나 선택해도 상관 없다. Gerd Gigerenzer의 연구팀은 최고 뽑기(Take the best)라고 이름붙인 이 간단한 법칙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정교한 수학적 법칙만큼이나 훌륭한 판단 방법이라는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칙은 매우 훌륭한 결정법이면서도 매우 단순하다. --p314

음. 이 두 가지 휴리스틱(한 다스의 법칙, 최고 뽑기)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값진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너무 오래 튕기지 말 것
  • 너무 꼼꼼히 따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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