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대 진화의학>을 읽고 씁니다.


논점이 분산되는 것 같아서 제 입장을 정리해보자면 이렇습니다:

* 저는 김우재님의 여러 주장 중 "EEA와 현대 환경의 차이에 대한 진화심리학과 진화의학의 가정에 모순이 있어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진화심리학은 영원히 논란에 휩쌓일 것이다(이하 <EEA 모순>이라고 하겠습니다)"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반면,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 진화심리학과 진화의학 혹은 인지심리/신경심리/생리학 등 사이에 어떠한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진화심리학의 주장이나 전제들이 모두 타당하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김우재님이 소개해주신 글들의 내용에 상당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소개해주신 비판은 배타적으로 진화심리학에만 해당한다기보다 오히려 진화심리학과 진화의학에 두루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김우재님 새 글의 상당 부분은 진화심리학과 진화의학의 가정을 요약하고 있는데, 제 생각에 여러가지 오류 혹은 과장이 있습니다. <EEA 모순>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앞서 이 부분을 해소 혹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진화심리학이 인지심리학, 신경심리학 등과 연계되지 않는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들만 몇 권 뽑아봐도 사실이 아님이 자명합니다. 이를테면 <Evolutionary Cognitive Neuroscience(edited by S. Platek, etc.)>라는 책이 이미 2007년에 나왔고(즉 연구는 적어도 90년대 혹은 2000년대 초부터 있어왔다는 뜻), D. Nettle은 유전학/신경학/진화심리학을 엮어서 Big 5 모델을 연구하고 있습니다(대중서 <Personality> ('성격의 탄생'이라는 번역서가 있습니다). 개인차를 다루고 있는 J. R. Harris의<No Two Alike>('개성의 탄생'이라는 번역서가 있습니다)에서도 학제적 접근을 하고 있고요. 김우재님이 쓰신 글 중에도 진화심리학자인 Cosmides의 연구를 두고 인지신경학에 "손내민다"고 하고 표현하고 계시는데 이것도 좋은 사례겠죠.

진화심리학이 연계학문들의 성과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좋겠다는 주장이라면 저도 크게 동의하는 바이지만, 진화심리학의 근본적 문제 때문에 연계 시도가 일어나지 않는다거나 일어날 수 없다는 주장은 너무 과합니다.


2. 진화심리학은 행동에만 관심을 둔다:

"행동"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진화의학도 마찬가지로 행동에만 관심을 둔다고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진화심리학이 행동 이외의 것에도 관심을 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Evolutionary Psychology of the Emotions>에서는 정서 상태에 따른 생리적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생식적합도와 언어 능력을 대조하는 부분도 진화심리학에 대한 오해를 담고 있다고 보는데, 이를테면 (선천적/후천적) 언어 장애가 있으면 구애에 큰 지장이 있다는 점에서 언어 능력을 생식적합도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G. Miller가 <The Mating Mind('연애'라는 제목의 번역서가 있습니다)>에서 관련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이 관심사를 신체나 환경 등으로 좀 더 넓히면 좋겠다는 주장이라면 저도 크게 동의하는 바이지만, 진화심리학이 오로지 (좁은 의미의) 행동에만 관심을 둔다는 주장은 너무 과합니다. 전 요즘 EEC(Emboded-Embedded Cognition)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이나 전통적 계산표상주의 관점에 대한 비판과 기존 연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을 통해 여러가지를 배우고 있습니다.


3. 진화심리학은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인간 정신의 적응형질들을 전제에 둔다:

성선택의 적응도지표(fitness indicator)는 조건 의존성(condition dependency)이 있어서 환경 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G. Miller의 <The Mating Mind>나 저자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러 연구들). 앞서 말씀드린 D. Nettle의 연구도 요동선택(fluctuation selection)의 일종인 빈도의존선택(frequency-dependent selection) 모델에 기반하고 있으니 환경 및 타개체에 민감한 적응형질을 다루고 있습니다. S. Pinker의 경우도 <How the Mind Works>를 쓸 당시(1994년 혹은 1997년)와 달리 <The Blank Slate>를 쓸 당시엔(2002년) G. Miller 등의 견해를 수용하여 훨씬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이를테면 예술의 부산물 가설에 대한 Miller의 반론을 인정한다거나).

진화심리학의 기존 연구들이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적응형질들에 편향되어 있다고 말한다면 타당한 주장일 수 있으나, 진화심리학이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적응형질들을 전제에 두고 있다라고 하면 불필요하게 강한 주장이고 위와 같은 반례 몇 가지 만으로도  자명하게 틀린 주장이 됩니다.


4. 진화심리학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지만, 진화의학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진화적 이상심리(Evolutionary Abnormal Psychology) 연구들이 있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계속 언급하고 계시는 <Why We Get Sick>의 저자 중 한 명(R. Nesse)이 주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진화심리학의 분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Why We Get Sick> 14장에서도 정신질환을 다루고 있고, D. Buss의 <Evolutionary Psychology> 마지막 챕터에서도 언급하고 있으며, L. Cosmides도 이미 1999년에 <Toward an evolutionary taxonomy of treatable conditions>에서 다룬 바 있습니다).

애초에 진화의학과 진화심리학을 칼 같이 나누는 시도 자체도 무리한 것일 뿐 아니라, 엄연히 두 학문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분야에 해당하는 진화적 정신의학은 근거없이 진화의학의 진영에만 배타적으로 포함시킨 다음에 진화심리학은 이러저러한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비단 진화의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뿐 아니라 1)에서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어떤 진화심리학자 연구가 인지신경학과 연계된 접근을 안하면 "충돌한다"고 하고, 연계된 접근을 하면 "손내민다"고 하시는 건 좀 교묘한 레토릭이지요. 스스로 세운 기준에 부합되는 연구는 진화심리학 연구가 아닌 것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연구들은 진화심리학 연구로 분류한 다음에 그 기준에 기반하여 진화심리학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일종의 순환논증으로, 항진명제입니다.


* 트위터에 "뭔가 대답이 되려나 그건 잘 모르겠다. 이 문제를 다루는 학자는 내가 아는 한 없다. 그리고 그 차이가 무슨 학문의 건강성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라고 쓰신 것을 읽고 추가합니다:

저는 차이가 치명적이라고 주장하시는 것으로 이해해서 자꾸 반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EEA와 현대 환경의 차이에 대한 진화심리학과 진화의학의 가정에 모순이 있어서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진화심리학은 영원히 논란에 휩쌓일 것이다" 같은 문장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차이가 있는데 잘 합쳐봤으면 좋겠다" 정도의 주장이시라면... 쓰신 글의 여러 부분에 (의도와 달리)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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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님의 글 "정신분석학 대 진화심리학"을 읽고 씁니다:


> 내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진화심리학이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는 원리가 진화론을 기반으로 하는 다른 연계학문들과 상충한다는 사실이다. 즉, 진화심리학은 진화의학과 충돌한다. 진화의학의 기본 원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생태-사회적 환경이 우리 조상들이 진화하던 홍적세의 그것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많은 질병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은 변화한 환경을 최소한으로 고려할 때만 학문 자체가 존립할 수 있다. 생태-사회 환경의 변화가 극명하고, 인간의 행동과 심리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진화심리학이 측정한 데이터들은 폐기처분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이 이 문제를 풀고 넘어가지 않는한 영원히 논란에 휩쌓일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어떤 진화심리학자도 이러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종합설 전통에서 비교적 최근에 파생된 두 분야인 진화의학과 진화심리학 사이에 충돌이 있다면 적어도 둘 중 한 분야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런데 두 분야 사이의 충돌에 대한 위 지적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틀렸습니다.


진화의학에서 말하는 "너무나" 다른 것과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최소한" 다른 것 사이의 충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는 겉보기 충돌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와 "최소한"이 각각 어느 정도를 이야기하는지 따져보면(즉 모호성을 제거하면) 충돌이 아니게 됩니다.


두 가지를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첫째, "다른 것"과 "유사한 것"은 항상 공존하는 개념입니다. 메트 리들리(Matt Ridley)의 <Nature via Nurture>에서 이 문제를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Similarity is the shadow of difference. Two things are similar by virtue of their difference from another; or different by virtue of one's similarity to a third. ... A man and a woman may be very different, but by comparson with a chimpanzee, it is their similarities that strike the eye. (의역: 유사함은 다름의 그림자다. 두 사물이 유사한 이유는 이 둘과 다른 세번째 사물과의 차이 때문이고, 두 사물이 다른 이유는 유사한 세번째 사물과의 유사함 때문이다. ... 남성과 여성은 크게 다를 수 있지만, 침팬지와 비교한다면 오히려 남녀간에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에 놀랄 것이다.)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완전히 동일하거나 완전히 다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고, 어느 정도의 유사성과 어느 정도의 차이점이 있을텐데,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유사성에 집중할 수도 있고(진화심리학 연구), 차이점에 집중할 수도 있는 것이죠(진화의학).


현대인의 식습관은 과거와 얼마나 다르다고 해야하나요? 스니커즈, 콜라, 버거킹 등 온갖 것들을 만들어냈지만 대체로 소화할 수 있는 것들, 영양분이 들어 있는 것들을 먹는다는 점에서는 과거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영양분의 과다섭취라는 점에서는 과거와 크게 다릅니다. "인간은 어떤 음식을 왜 선호하는가"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진화심리학자는 환경이 "최소한" 다르다고 말할 것이고, 식습관 차이로 인한 고도비만 등을 연구하는 진화의학자는 환경이 "너무나" 다르다고 말할텐데 이 둘 사이에 충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억측입니다.


둘째, 환경이 너무나 다르거나 최소한 다르다고 할 때 이 환경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따져봐야 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 별 부연 없이 "과거 환경"이라고 하면 EEA(진화적 적응 환경; 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ation)를 말합니다. 초기(아마도 7~90년대)에는 이 개념의 정의에 모호        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적어도 90년대 후반부터는 비교적 정교하게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현재 맥락에서 중요한 점은 EEA가 특정한 시대와 장소(이를테면 십만 년 전 아프리카)를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EA란 특정 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직면해온 적응 문제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어떤 적응 문제를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과거 환경(EEA)과 현대와의 차이가 크다고 볼 수도 있고, 적다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임신을 한다는 점은 과거나 현재나 동일하므로 이에 따른 부양투자(PI)의 차이를 연구할 때엔 이 유사성에 집중하게 될 것이고, 영양분의 과잉 섭취 문제는 과거에 비해 현대에 나타난 문제이므로 이에 따른 질병(고도비만 등)을 연구할 때엔 이 차이에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1) 동일한 대상을 연구할 때에도 관점에 따라 차이가 "크다"거나 "작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 2) "환경"이라는게 단일한 개념이 아니라서 어떤 적응 문제를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차이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우재님의 글 중반부에서 마시모 피글리우치(Massimo Pigliucci)의 글을 인용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잘 표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The devil, rather, is in the details. (오히려 악마는 세부적인 곳에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따져보면, 즉 진화의학의 "어떤 연구"와 진화심리학의 "어떤 연구"는 실제로 충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그리고 이런 충돌은 건전한 것/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부적인 논의 없이 퉁쳐서 "진화심리학은 차이가 작다하고 진화의학은 차이가 크다 하니 영원히 논란에 휩쌓일 것이 자명하다"라고 결론내리는 것은 성급한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 김우재님은 최소한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종합설, 진화심리학, 진화의학 관련 논의들을 깊게 이해하고 계셨고, 그 후로도 관련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습니다. 따라서 제가 위에서 말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몰랐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죠. 그런데 저토록 허술한(혹은 허술해보이는) 주장을 하신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가 어설프게 덤벼들길 기다리며 함정을 파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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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공부 모임에서 제프리 밀러의 "스팬트"를 함께 읽고 있습니다. 현대의 소비자본주의를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분석한 약간은 기술적(descriptive), 약간은 규범적인(normative) 책입니다.

내일 7장(Conspicuous Waste, Precision, and Reputation)을 제가 발제해야 해서 좀 꼼꼼하게(가카마냥) 보고 읽는데 재미난 내용이 나와서 잡생각을 좀 해봤어요.

저자는 값비싼 신호 이론(Costly Signaling Theory)에서 "값비싼 신호"라고 하면 꼭 돈 비슷한 비용(money-like costs)에 대한 현시적 낭비(conspicuous waste)를 떠올리게 되는데, 비용(cost)이라는게 꼭 이런 형태로만 제한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하면서 다른 종류의 비용도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 Conspicuous Precision: 시간과 정밀함과 노력을 현시적으로 쓰는 것
- Conspicuous Reputation: 신호 자체는 값이 싸지만(일종의 뱃지), 사회 구성원이 이 신호 발신자의 "자격"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badge checker), 사기꾼을 처벌(cheater punisher)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부여되는 것
- Conspicuous Rarity: "진품"과 같이 극도로 희소한 것
- Conspicuous Antiquity: 로마시대 금전과 같이 극도로 오래된 것

등이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얘네들이 결국 모두 현시적 낭비(conspicuous waste)의 특수한 형태(specialized forms)라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 Conspicuous Waste: 생태적 자원/에너지 등의 일반적인 낭비 형태
- Conspicuous Precision: 시간과 노력의 낭비로 결국 Conspicuous Waste의 한 형태
- Conspicuous Reputation: (checker/punisher가 사회적/번식적 이득을 얻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
- Conspicuous Rarity: (희소한 물건을 구분해내기 위한) 시간과 노력의 낭비(이는 즉 Conspicuous Precision) 및 이를 획득하기 위한 물질적 낭비(이는 즉 Conspicuous Waste)의 조합
- Conspicuous Antiquity: (오래된 물건일수록 희소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conspicuous rarity의 특수한 사례

결론? 딱히 없습니다. 끗! (다시 발제문 만들러 ㅌ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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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스크립트+진화+예술?

진화예술(Evolutionary Art)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유전자 알고리즘(genetic alogorithm)에다가 계산 예술(computational art)을 합친 뭐 그런 개념인 모양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역시나 위키피디아를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암튼, 그런 신기한게 있다고 해서 Canvas+자바스크립트로 만들어봤습니다:

http://link.appspot.com/evoarts

제일 마음에 드는 그림 두 개를 고르면 그림끼리 짝짓기(므흣...)를 해서 새끼 그림 15개를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는 식입니다:


초록+분홍 부모를 섞었더니 위와 같은 새끼들이 나왔습니다. 돌연변이율을 너무 높여서 엄한 새끼들도 많고 그러네요.

가끔 예쁜 그림이 나오기도 하고 영 안나오기도 하고 그러는데, 그림이 영 안나오면 화면 하단에 있는 외계인(alien)과 짝짓기(...)를 하여 새로운 유전자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에... 물론 인간 사회에서는 그러면 안되겠지만, 어미-새끼 간 짝짓기(...)도 가능합니다.

(처음엔 excanvas.js로 IE도 지원하려고 하다가 하도 느려서 걍 chrome frame을 썼습니다. iPad, iPhone, Chrome에서 테스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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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UX 디자인에 진화심리학을 응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 주의(attention)에 대한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논문을 하나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Category-specific attention for animals reflects ancestral priorities, not expertise

by Joshua New, Leda Cosmides, and John Tooby

Visual attention mechanisms are known to select information to process based on current goals, personal relevance, and lowerlevel features. Here we present evidence that human visual attention also includes a high-level category-specialized system that monitors animals in an ongoing manner. Exposed to alternations between complex natural scenes and duplicates with a single change (a change-detection paradigm), subjects are substantially faster and more accurate at detecting changes in animals relative to changes in all tested categories of inanimate objects, even vehicles, which they have been trained for years to monitor for sudden life-or-death changes in trajectory. This animate monitoring bias could not be accounted for by differences in lower-level visual characteristics, how interesting the target objects were, experience, or expertise, implicating mechanisms that evolved to direct attention differentially to objects by virtue of their membership in ancestrally important categories, regardless of their current utility.

간략히 요약/설명하자면...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은 현재의 목적, 개인적 관련성, 저수준의 특징에 기반하여 처리할 정보를 선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에 더하여 인간의 시각적 주의 메커니즘에는 동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고수준의 범주-특화적 시스템도 포함되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험의 세팅은 전통적인 change-detection paradigm의 재활용인데요:

복잡한 자연 경관, 이와 동일하지만 단 한 가지만 변경된 경관

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두 장면 사이에서 변경된 대상이 건물, 컵인 경우에 비해 동물일 때 상대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이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자동차보다도 코끼리나 비둘기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 놀라운데, 자동차의 경우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항상 주의깊게 그 움직임을 관찰해야만 하는 반강제적 훈련(생사와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을 최소 수 년간 해왔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험은 이러한 선별적 주의 메커니즘을 다른 이유들(저수준 시각 특성 때문, 대상 물체에 대한 흥미 때문, 경험이나 전문성 때문)로는 설명하기에 적절치 않으며, 현대 사회에서의 가치(자동차 등)와 무관하게 선조들에게 중요했을 범주에 속하는 대상에 대해 선별적인 주의를 갖도록 하기 위해 진화된 적응 메커니즘으로 설명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논문 요약이고요,진화심리학자들이 이런 실험을 하는 이유는 진화심리학이 심리 모듈의 영역 특수성(domain specificity of psychological modules)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신체가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기관들로 이루어진 것과 같이 인간의 마음도 다양한 목적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많은 특화된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대량 모듈 가설, massive modularity hypothesis), 각 모듈은 아무 입력에나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모듈에 특화된 입력(content specificity)에 의해 활성화되며 그 특화된 입력의 처리에 최적화되어 있으며, 이러한 모듈들은 진화적 적응의 결과물(그래서 EPM - 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 - 이라고 부릅니다)이라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핵심 주장이기 때문입니다.

UX와 관련을 지어 보자면 기존의 시각디자인 이론이나 각종 인터페이스 가이드라인은 기존의 지각/인지심리의 논의에 따라 내용/영역 중립적인(contents/domain general)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고 간혹 예외적으로 영역 특수적인 서술이 들어있는 식(이를테면 인간의 눈은 얼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를 디자인에 활용하라거나)인데, 진화심리학적 접근을 취하여 영역 특수적인 서술의 양을 늘린다면 지금보다 더 정교하고 유용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영역 특수적 접근은 진화심리학이 UX 디자인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향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일반적/장기적으로는 해부학이 인간공학(특히 Physical Ergonomics)에 기여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으로 진화심리학이 인지공학/HCI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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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은 사후적 설명만 만들어낼 뿐? 에서 Leda Cosmides가 임신 중 입덧(pregnancy sickness 혹은 morning sickness) 현상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진화적 적응이라는 가설을 언급하는데요, 마침 요즘 읽는 책에서 두 번 연달아 나오길래 인용+발번역을 해봤습니다:

She meticulously documented that (1) plant toxins in dosages that adults tolerate can cause birth defects and induce abortion when ingested by pregnant women; (2) pregnancy sickness begins at the point when the embryo's organ systems are being laid down and the embryo is most vulnerable to teratogens (birth defect-inducing chemicals) but is growing slowly and has only a modest need for nutrients; (3) pregnancy sickness wanes at the stage when the embryo's organ systems are nearly complete and its biggest need is for nutrients to allow it to grow; (4) women with pregnancy sickness selectively avoid bitter, pungent, highly flavored, and novel foods, which are in fact the ones most likely to contain toxins; (5) women's sense of smell becomes hypersensitive during the window of pregnancy sickness and less sensitive than usual thereafter; (6) foraging peoples(including, presumably, our ancestors) are at event higher risk of ingesting plant toxins, because they eat wild plants rather than domesticated crops bred for palatability; (7) pregnancy sickness is universal across human cultures; (8) women with more severe pregnancy sickness are less likely to miscarry; (9) women with more severe pregnancy sickness are less likely to bear babies with birth defects.

그녀는 다음과 같이 꼼꼼하게 기록하였다: (1) 어른들에게는 허용되는 양의 식물독이라도 임산부가 복용했을 경우에는 태아의 선천성 기형 혹은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 (2) 입덧은 배아의 기관계가 형성되며 배아가 테라토겐(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에 가장 취약한 시기이자 성장이 느려서 영양소에 대한 필요가 낮은 시기에 시작된다; (3) 입덧은 배아의 기관계 형성이 거의 완료되어 성장을 위한 영양소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차츰 약해진다 (4) 입덧을 겪는 여성들은 쓰거나 톡 쏘거나 향이 강하거나 낯선 음식을 선별적으로 회피하는데 이러한 음식은 실제로 독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들이다; (5) 입덧 기간 중에는 여성의 후각이 극도로 예민해지며 그 후에는 평소보다 덜 예민해진다; (6) 수렵 채집인들(아마 우리의 선조들도 포함)은 식물독을 섭취할 위험이 더 높은데 왜냐하면 입맛에 맞게 계량된 작물이 아닌 야생의 식물들을 먹기 때문이다; (7) 입덧은 인간의 여러 문화권에 걸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8) 입덧을 더 심하게 겪는 여성들은 유산을 할 가능성이 낮다; (9) 입덧을 더 심하게 겪는 여성들은 선천성 기형이 있는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낮다.

--Steven Pinker, How the Mind Works

아, 여기에서 she는 Margie Profet 입니다. 그리고 (6)번 관련하여 부연을 하자면, 재배한 작물은 맛을 기준으로 품종 계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야생종에 비해 독성을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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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진화론 비판

( 점심시간에 쓰느라 두서가 없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

( 2010-11-30 09:40에 살짝 업데이트 )

아무 데나 뿌려대는 진화론 신공을 읽고 씁니다.

"...집단생활을 해온 고대 선조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친구/가족들과 한 자리에 둘러 앉아 함께 나누는 관습을 지녔는데, 이 같은 행동적 습관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라는 기사에 대하여 이를테면:

"...식습관이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쳤단 주장인데, 그 근거는 대체 무엇인지 일언반구 없다..."

라는 비판을 하셨습니다만, 사소한 오해 하나와 중요한 오해 하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소한 오해는, 식습관이 자식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Epigenetics). Central-dogm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DNA->RNA->Protin 일방통행 이론에는 사실 예외가 많다는 점이 슬슬 밝혀지고 있죠. 근데 이건 말 그대로 사소한 오해이고요.
  • 중요한 오해는, 위 기사에서는 식습관이 유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DNA->RNA->Protin 일방통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식습관이 유전자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적 적응의 핵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마침 이후에 인용하신 문장에 나와 있습니다.

도킨스의 "눈 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혹은 이를 인용한 에반스의 "진화심리학(Introducing Evokutionary Psychology)"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다음 문장입니다:

"오로지 유익한 돌연변이만이 축적된다. 왜냐하면 그렇지 못한 돌연변이들은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의 유통 화폐는 생식적 성공이다. Only the beneficial mutations accumulate, because the other mutations are not passed on to offspring. The currency of natural selection is reproductive success. (p30, Introducing Evolutionary Psychology)"

이게 진화에 대한 널리 퍼진 오해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 문장이 뜻하는 바는 이로운 돌연변이만 유전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아니라, 이로운 돌연변이를 지닌 개체들의 생존 및 번식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개체군의 유전자풀 내에 축적되는 경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약간 부연을 하자면 여기에서 이로운 돌연변이(beneficial mutation)란 당시의 환경에서 개체의 적합도(fitness)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높여주는 돌연변이를 뜻하며 좀 더 정확하게는 적합도는 당연히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장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 맥락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선택에 의해 이로운 돌연변이들이 선별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적 적응의 가장 중요한 매커니즘이라는 것입니다. "식습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측면에서 부연하자면 DNA->RNA->Protin 일방통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돌연변이로 인한 개체간의 차이, 차이로 인한 선별적 생존과 번식, 돌연변이의 유전성이라는 세 가지 매커니즘의 조합으로 인해, 식습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진화론으로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진화론에 대한 부적절한 오해들이 만연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올바른 비판들도 있을 것이고(이를테면 저는 진화심리학의 기반이 되는 진화생물학의 현대종합설이 비교적 최근의 연구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매우 생산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판에는 항상 귀를 열어두어야겠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부당한 비판을 많이 받는 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비판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이유들을 나열해보면:

  •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들(나치즘 등)
  • 특정 종교의 특정 종파가 악의적으로 뿌려대는 거짓말들(진화론에 의하면 원숭이가 인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원숭이들도 조금 지나면 인간이 되는거냐?)
  • 선정적 기사를 원하는 기자들에게 아주 좋은 떡밥이 된다는 특성(사례 생략, 하도 많아서)
  • 누구나 진화론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점
  • 진화심리학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기존 학자들의 뻘비판과 그걸 보고 "아 이런 대가들이 비판하는걸 보니 나도 까도 되겠구나"하는 심리
  • 진화심리학 관련 논의를 읽으며 사실-가치 구분(fact-value distinction)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쾌함(강간은 적응일지 모른다 -> 강간을 합리화!?)
  • 진화심리학/진화생물학자들이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를 위한 유전자" 등)의 원래 의미에 대한 오해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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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Symposium 2010 발표자료

지난 월요일(2010/11/08)에 UX Symposium 2010 행사가 있었습니다.

영광스럽게 저에게도 발표를 할 기회가 주어져서(감사합니다) "Seeing UX through the Lense of Evolution"이라는 주제로 40분 간 발표를 하였습니다.

올해 초 UXCamp 때 발표했던 "사용자는 정말 멍청한가?"의 후속편입니다. 발표하면서 참고했던 각종 자료들을 PPT 문서 해당 페이지 하단에 표시하였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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