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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30 프로그래밍 언어로 프로그래밍 안하기 (12)

오늘의 잡생각 – 프로그래머를 읽고 씁니다:

까놓고 말해서 블로그에서 진정한 OOP가 어쩌니, SOLID가 저쩌니, 패턴이 어떠니, Separation of Concern이 저떠니하고 추상적인 썰이나 풀고 놀면서, 용어가 중요하니, 책을 쓰니마니 하는 선수들을 보면 싹수가 노란것처럼 보이는데…

딱히 저를 두고 하신 말씀이야 아니겠지만(저는 듣보잡이니깐) 제가 마침 요즘 블로그에 위와 같은 얘기들을 자주 쓰던 참이라 좀 찔리지 말입니다. 그래서 나름의 변명해명을 해보려고 합니다.

프로그래밍을 배웠으면 일단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기는 해야겠죠. 혹은 다른 누군가에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른 재미난 용도로 쓸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사고(thinking)도 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고의 도구로 쓰겠다는 생각은 물론 제 창작물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SICP(Structure and Interpretation of Computer Programms)는 이러한 생각을 염두에 두고 쓰여졌습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프로그래밍을 절차적 인식론(procedural epistemology)으로 취급합니다. 자세한 인용은 Programming language as a tool of thought 페이지를 참고하세요. 김창준님도 예전에 비슷한 생각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죠.

남 얘기 말고 제 얘기를 해보자면, 저는 최근 1년 가까이 프로그래밍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기획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몸에 익힌 다양한 사고 방식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이러한 지식을 기획에 활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결점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자기가 한 일을 자기가 판단하는게 좀 웃기긴 하지만) 여러가지 성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면서 느끼는 바를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하나씩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릴 생각입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겠죠)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프로그래밍 혹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보는 입장은 사람마다 다양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무엇을 중요한 성과로 볼 것인지가 달라지겠죠. 아주 거대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을 중요한 성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고, 기술적으로 별 볼일 없는 아주 작은 소프트웨어(이를테면 Perl로 몇 줄 끄적거린 오리지널 위키)이더라도 이를 통해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면(이를테면 위키피디아의 탄생) 이를 중요한 성과로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죠.

다양한 입장을 서로 존중해주면 좋겠습니다.

PS: 요즘은 Masterminds of Programming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다양한 언어의 설계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모아놓은 책인데, 그야말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보는 엄청나게 다양한 입장들의 향연입니다 :-) 매 페이지마다 떡밥이 주렁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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