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번에 읽은 책은 “What’s Next – 애플&닌텐도” 입니다. 보통은 들고다니면서 보는데 요즘 들고 다니는 책은 Game Development Essentials 시리즈 중 “Game Interface Design”이고요, 방금 끝낸 이 책은 침대 옆에 높고 자기 전에 찔끔찔끔 읽는 식으로 봤습니다:


애플과 닌텐도를 통해 관련 산업의 역사, 비화, 경영 전략, 리더십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유사성을 드러내기에 적절하도록 구도(혹은 구성)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만 한편으로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저자분(김정남님)께서 약간 소설식 과장을 즐겨 사용하시는 면이 있다고하니 적절히 걸러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독후감인데 그냥 이렇게 접으면 아쉬우니까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 인용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성공이나 실패를 논할 때는 모든 원인과 과정 그리고 절차가 똑같아도 오직 결과를 보고서 이야기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뛰어난 아이디어로 성공하면 뛰어난 역발상이 빛을 발휘했다고 극찬했다가 또 실패를 하면 시장의 상식과 정석을 몰라서 실패했다고 비난한다. 원래 신선한 아이디어란 우리가 상식 혹은 정석이라고 하는 틀에서 벗어나기 마련인데도 오직 결과에 따라서 칭찬과 비난이 갈라진다. 그래서 우리가 성공 비결이라고 배우는 것들은 사실 실패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p314

공감 백만개 날립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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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의 애플 GUI 베끼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90년대에 이미 Apple은 MS를 고소했었죠). 물론 MS가 그대로 베끼기만 한 것은 아니고 나름 개선도 했습니다. 문제는, 원래의 아이디어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개선을 시도하는 바람에 개선 아닌 개악이 된 부분이 좀 있다는 것.


1. Fitts' Law

대표적인 예가 메뉴의 위치입니다. 애플의 OS에서는 예로부터(Lisa부터 Leopard에 이르기까지) 항상 모니터의 최상단 부분에 메인 메뉴가 고정됩니다. 반면 MS Windows에서 각 창의 메인 메뉴는 해당 창의 제목(title bar) 밑에 붙습니다. 하지만 창 밑에 달려 있는 메인 메뉴는 모니터 상단에 있는 메인 메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우스 조작이 어렵습니다. Fitts' Law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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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가 모니터 상단에 고정된 Leopard / 메뉴가 창 밑에 달려 있는 Windows XP)


Fitts' Law란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우스를 이동시켜서 특정 위치에 놓는 작업이 얼마나 쉬운지는 마우스의 이동 거리와 목표 지점의 넓이에 의해 정해진다는 법칙입니다(원래의 Fitts' Law에는 총 네 개의 변수가 관여합니다. 단순화를 위해 생략). 즉 많이 이동하는 것 보다는 조금 이동하는 것이 좋고, 작은 버튼보다는 큰 버튼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Fitts' Law의 발음

Designing for Interaction의 번역서를 보니 Fitts' Law를 피쳇의 법칙으로 옮겨놓고 사람 이름도 피쳇으로 만들었던데 이거 좀 오역이겠죠?

아마도 Fitts' Law의 발음이 fitzez law(Fitts 에 소유격인 어포스트로피 s가 붙어서 표기는 Fitts' 로 하고 읽기는 fitzez로)라서 "피쳇의 법칙"이라고 했을텐데 우리 말로는 그냥 피츠의 법칙이 맞는 것 아닐까요?

Fitts' Law에 따르면 모니터 화면의 가장자리는 매우 중요한데 왜냐하면 마우스가 화면의 가장자리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가장자리에 딱 붙어 있는 버튼은 무한대의 넓이를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따라서 매우 쉽게 클릭할 수 있게 됩니다. 모서리 중에서도 특히나 네 꼭지점 부분 - 좌상단, 좌하단, 우상단, 우하단 - 은 매우 소중히 활용해야할 자리입니다(x, y축 모두 무한대 넓이이면서 한정된 영역입니다. 활용가치도 높고 희소성도 높습니다).


창을 최대화해도 메뉴보다 타이틀바가 위에 있기 때문에 여전히 문제입니다. 최대화된 창의 타이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조작이라고는 더블클릭을 통해 최대화를 취소(Restore - 원래대로)하는 기능이 전부인데 말이죠.


2. 한편, 근접성의 법칙(Law of Proximity)은?

혹자는 Fitts' Law도 좋지만 "Law of Proximity"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즉, 관련된 요소를 서로 근접한 곳에 놓아야 한다는 법칙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각 메뉴를 창 안에 넣어놓는 것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MS가 과연 Fitts' Law와 Law of Proximity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Law of Proximity를 선택하기로 결정한 것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Fitts' Law와 Law of Proximity가 전혀 상충되지 않는 영역들에 대해서도 Fitts' Law를 어기고 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테스크바 우측 끝에 있는 시스템 트레이(system tray)의 아이콘은 별 이유도 없이 밑바닥에서 몇 pixel 떨어져 있어서 모서리의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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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하단에서 약간 떠 있는 트레이 아이콘들)

시작 버튼(Start buttom)도 그렇습니다. 기본 설정에서는 모서리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테스크바를 두 칸으로 잡아늘이면 이유없이 위로 붕 떠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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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크바를 두 칸으로 늘이면 붕 뜨는 시작 버튼)

결국 별 고민이 없었다는 것이죠.

한편 Leopard의 Dock은 어떻게 커스터마이징하더라도(측면에 붙이건 하단에 붙이건, 크기를 키우건 줄이건) 모서리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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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적으로는 떠 있지만 마우스가 최하단에 딱 붙어 있어도 아이콘을 클릭할 수 있습니다)

결론: 어떤 요소이건 간에 그것을 제대로 베끼려면 그 요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했던 고민들을 최대한 파악한 후 베껴야 한다. 주먹구구 식으로 베끼고 개선한답시고 이리저리 뒤틀면 오히려 "개악"이 되는 경우가 많다.

PS: 점점 넓어지는 모니터 화면, 다중 모니터 등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면 Fitts' Law나 모서리의 중요성에 대해 약간 재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큰 맥락에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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