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직 설익은 Captology

앞서 간단히 소개한 바와 같이 Captology란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말하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유망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Captology를 소개하고 있는 Persuative Technology라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아직 너무 성글다" 였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책에서는 컴퓨터를 사회적 행위자(social actor - 이를테면 미투데이의 미친척, 마이스페이스의 Tom,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재롱이 같은 것)로 활용하여 이용자에게 영향을 주는 원칙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피스의 재롱이. 그다지 성공적인 시도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행위자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원칙 중 하나로 "유사성의 원칙"이 있습니다:
People are more readily persuaded by computing technology products that are similar to themselves in some way.  (사람들은 컴퓨터 제품과 자신 사이에 닮은 점이 있을 경우에 더 잘 설득된다)

또다른 원칙인 "칭찬의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By offering praise, via words, images, symbols, or sounds, computing technology can lead users to be more open to persuasion. (단어나 이미지나 기호나 소리 등을 통해 사용자를 칭찬해주면 사람들은 더 잘 설득된다)

그런데... 제시되는 원칙들이 뭐랄까, 좀 뻔한 소리들 같습니다.

제가 원하는 설명은 "왜"와 "어떻게" 입니다. 유사성의 원칙에 대해서는 "왜 자신과 닮은 social actor에게 더 잘 설득되는지", "some way"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즉 어떤 부분이 닮는 것이 특히 중요한지 같은 설명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칭찬의 원칙"도 마찬가지로 어떤 칭찬이 잘 먹히는지, 왜 잘 먹히는지, 특정 상황별로 적절한 칭찬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명이 없다면 최소한 설명을 이끌어낼 틀이라도 제공되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사례 몇 가지로부터 성급하게 일반화한 소위 "원칙"들은 제가 보기에 가짜입니다. 언어학자 Noam Chomsky는 최소주의 언어이론(the minimalist program)을 통해 "문제를 다른 말로 재선언하는 것(restatement of a problem in other terms)"을 넘어서서 "진정한 설명(genuine explanation)"을 탐구하고자 하는데, 이와 유사한 맥락입니다. 저는 Captology에 진화심리학이 진정한 설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참고로 Chomsky는 진화심리학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하지만 진화생물학적 접근이 자신의 이론에 꼭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의 언어학이 BIolinguistics로 불리는 이유죠. 이 얘기는 나중에.)

( 음... 어린아이에게 망치를 들려주면 세상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어쩌면 제가 지금 그런 상태일지도 모릅니다. ㅎㅎ 하지만, 나름대로 다양하게 공부를 하면서 제 머리속 도구상자에 다양한 도구를 넣어보려고 시도를 해왔습니다만 진화론(theory of evolution)과 계산주의(computationalism)만큼 유용하고 보편적인 도구는 흔치 않았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진화심리학이 Captology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겠습니다. )


2. Captology에 진화심리학 적용하기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이 합쳐진 결과물입니다. 인지심리학의 모듈론(modularity)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다양한 영역 특수적 모듈(domain specific modules)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은 이 논의를 발전시켜서, 각 모듈은 과거의 특정한 진화적 환경(EEA - 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ation)에 대한 진화적 적응(evolutionary adaptation)이라고 설명하고, 게다가 그 모듈의 갯수가 엄청나게 많다고 주장합니다(massive modularity).

진화심리학은 어떠한 모듈들이 진화되었는지(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s), 각 모듈들이 어떠한 적응 문제를 담당하는지, 어떤 입력을 통해 활성화되는지, 또 어떻게 작동하여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탐구합니다(진화심리학이라는 틀이 제공하는 정상과학의 퍼즐 조각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집대성하여 심리학 분야에서의 "Gray's Anatomy" 같은 위대한 책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진화심리학과 Captology가 만날 수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의 틀 안에서 찾아낸 각 모듈들은 바로 Captology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떠한 심리적 모듈을 자극해야 사용자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또 어떻게 자극하면 더 효과적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일례로, 직전 글에서 소개한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괜히 쓴게 아니라는 ㅎㅎ). 이 논문에서는 상황의 미묘한 변화로 인해 남성과 여성의 특정한 소비 행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주 단순한 절차(예쁜 여성의 이미지, 약간의 상상)만으로 남성이 로멘틱한 상황을 상기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과시적 소비 행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또, 단순한 상황에서는 선행(기부 등)에 별 신경을 쓰지 않던 남성들에게 특정한 자극(영웅심 부여 등)을 가하자 이들의 선행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대충 실험 설계 해서 때려맞춘 것이라기 보다는 다음과 같은 이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An evolutionary perspective generally holds that mental mechanisms should be highly sensitive to ecological cues indicating particular adaptive problems or opportunities, such as mating opportunities (Bugental, 2000; Kenrick, Li, & Butner, 2003; Schaller, Park, & Mueller, 2003).

Much research has also shown that various cues can activate specific goal states that can influence behavior (e.g., Chartrand & Bargh, 2002; Schaller, 2003).

In line with this work, cues related to mating can activate a mating goal and its associated affective responses (Fisher, 2002; Plutchik, 1980), which in turn promote a cascade of functional perceptions, cognitions, and behaviors associated with mating success (Griskevicius, Goldstein, Mortensen, Cialdini, et al., 2006; Maner et al., 2005; Roney, 2003; Wilson & Daly, 2004).

요약: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마음의 기제는 특정 적응 문제나 기회(이를테면 짝짓기 기회)에 대한 환경적 단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단서들을 찾아냈다. 짝짓기와 관련된 단서는 짝짓기를 성공시키기 위한 다양한 인식/인지/행동을 활성화시킨다.

이상입니다. (졸려서 여기까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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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ating Mind의 저자인 Geoffrey Miller와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 Science and Practice)의 저자인 Robert Cialdini 등이 작년에 발표한 재미난 진화심리학 논문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메이팅 마인드와 설득의 심리학. 두 권 다 강추)

논문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Blatant Benevolence and Conspicuous Consumption: When Romantic Motives Elicit Strategic Costly Signals (요란한 선행과 과시적 소비: 로맨틱한 동기는 어떠한 경우에 값비싼 신호를 유도하는가)

내용을 소개하기 전에 배경 설명을 조금 하고자 합니다.


1. 요란한 선행과 생물학적 이타주의

"요란한 선행"이란 남들에게 떠들석하게 알리면서 기부를 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행동들을 말합니다. "과시적 소비"란 실생활에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비싼 상품(다이아몬드, SUV 등)을 구매하여 과시하고 다니는 행위를 말합니다.

과시적 소비라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요란한 선행은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하기에 조금 난감한 행동입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만들어낸 로봇인 우리 인간들이 행하는 이타적 행위들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뭔가 설명이 필요한 특별한 현상들입니다. 진화심리학의 유전자 선택론 및 적응주의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그렇습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보통 유전자를 공유하는 친족 사이의 이타행위(kin-directed altruism 혹은 kin selection), 비영합게임(non-zero sum game) 상황 하에서의 협력행위(reciprocal altruism)라는 두 가지 범주의 생물학적 이타주의(biological altruism)로 인간의 이타적 행동들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다시는 만날 것 같지 않은 사람에게 적선을 하거나, 각종 자선단체에 큰 돈을 기부하는 행위 등은 생물학적 이타주의라는 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생물학적 이타주의에다가 진화적 시간 지연 효과(evolutionary time lags)이나 적응 비용 문제(cost of adaptation) 등을 덧붙여봐도 껄끄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2. 핸디캡 원리(handicap principle) 혹은 값비싼 신호 이론 (costly signal theory)

적선이나 기부와 같이 생물학적 이타주의만으로 설명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이타행위를 설명하는 틀로 값비싼 신호 이론(costly signal theory)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신호의 비용이 신호의 진실성을 보장한다"는 말인데,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이 자신이 금전적으로 관대한 사람이라는 점을 여성에게 설득하기 위해 모종의 신호를 보내고자 하는 상황에서

"나 관대해 (신호 비용 거의 0)"

라고 백날 떠드는 것 보다

"나 어디어디 재단에 얼마 기부했어 (신호 비용은 기부금에 비례)"

와 같이 하는 것이 훨씬 더 잘 먹힌다는 뜻입니다.

적선이나 기부, 특히 "요란한 선행"은 자신의 부와 지위, 관대함 같은 특성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신호라고 보는 것이죠.

사실 이러한 설명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100년 전에 알려진 것이었습니다. Thorstein Veblen이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개념입니다.

진화심리학(당시엔 진화생물학) 분야에는 이스라엘 생물학자인 아모츠 자하비(Amotz Zahavi)에 의해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핸디캡 원리(handicap principle)"라는 이름으로 소개가 됩니다.

동물들은 성적인 장식을 포함하여 자신의 적응도를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신호들을 진화시켰는데(fitness indicator), 이러한 신호가 그 진실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실제로 적응도가 높은 개체만이 발현시킬 수 있는, 적응도 낮은 개체들은 따라하기 힘든 특성들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condition dependence of fitness indicator). 대표적인 예가 공작새의 꼬리입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진화생물학자들 사이에서 초기에는 별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일례로, Richard Dawkins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는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I do not believe this theory, although I am not quite so confident in my scepticism as I was when I first heard it. I pointed out then that the logical conclusion to it should be the evolution of males with only one leg and only one eye. Zahavi, who comes from Israel, instantly retorted: 'Some of our best generals have only one eye!'

처음 들었을 때 만큼 확신에 차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이 이론을 믿지 않는다. 내가 이 이론의 논리적 결과에 따르자면 수컷은 다리와 눈을 하나만 갖도록 진화될 것이라고 지적하자, 이스라엘 출신인 자하비는 즉각적으로 응수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장군 중엔 실제로 눈이 하나 뿐인 사람도 있다오!"

음. 자하비 지못미.

하지만 자하비의 이론은 얼마 후 널리 인정되었고, 도킨스 역시 마음을 바꿔 이 이론을 수용했습니다. 최근에 나온 이기적 유전자 30주년 기념판의 서문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If I were ever to rewrite the book, as a late convert to the Zahavi/Grafen 'handicap principle' (see pages 309-313) I should also give some space to Amotz Zahavi's idea that altruistic donation might be a 'Potlatch' style of dominance signal: see how superior to you I am, I can afford to make a donation to you!

(번역 생략. 책을 다시 쓴다면 자바히의 이론을 긍정적으로 다루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말입니다.)

좀 길어졌네요. 하여간, 진화심리학자들은 값비싼 신호 이론 덕분에 "과시적 소비" 뿐 아니라 "요란한 선행" 이라는 이타적 행위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 무엇을 위한 신호인가? 구애를 위한 신호!

여기까지는 배경 설명이었습니다. 다시 논문 얘기로 돌아가서...

이 논문은 과시적 소비와 요란한 선행이 일종의 값 비싼 신호(costly signal)이긴 한데, 과연 무엇을 위한 신호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고, 역시나 세상만사를 짝짓기로 설명하고자 하는 Jeoffrey Miller 답게, 이러한 행동이 "짝(mate)에게 보내는 구애 신호"로써 진화한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쓰고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조금 바로 잡자면, "구애 신호의 역할 한다"가 아니라 "구애 신호의 역할 한다" 입니다.

만약 이러한 행위들이 구애 신호로 진화된 것이라면 진화심리학의 이론적 틀 안에서 몇 가지 특성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첫째, 위 행위들에는 남녀간 성차가 존재할 것입니다. 둘째, 적절한 성적 자극 - 이를테면 로맨틱한 상황 - 이 제시되면 위 행위들에 어떠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저자들은 이러한 예측을 검증하기 위해 네 가지 재미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실험 1.  구애 신호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입니다. 실험군에 로멘틱한 상황을 제시하자 (로멘틱한 상황을 제시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남성 집단에서는 과시적 소비 행위가 더 증가하였고 여성 집단에서는 요란한 선행이 증가하였습니다.

실험 2. 구애 신호가 정말 맞다면 로멘틱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과시적인 소비만 증가하고 과시적이지 않은 소비는 증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선행의 경우, 로맨틱한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남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선행은 증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험 결과는 예측과 맞아떨어졌습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과시적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해 나머지 소비를 감소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 남자들이란.

실험 3. 위 두 실험에서 로멘틱한 상황이 주어져도 남성들의 선행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행이 만약 영웅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면 남성들도 선행을 증가시킬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예측과 맞아떨어졌습니다. 특히 바람끼 많은 남성(unrestricted men)은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했습니다. 한편, 과시적 소비가 자신의 금전적 관대함과 관련된 경우 여성들도 과시적 소비의 증가를 보였습니다.

실험 4. 위와 비슷하게, 선행이 만약 사회적 지위나 명예와 관련 있을 경우에도 남성들의 선행이 증가될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예측과 일치했으며, 이번에도 역시 바람끼 많은 남성(unrestricted men)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에.. 이 쯤에서 잊지 말고 나와줘야 하는 문구가 있는데, 논문의 저자들도 역시 잊지 않고 적어놨더군요:
It is important to note that the current framework does not imply that conspicuous consumption and blatant benevolence are sexually motivated at a conscious level.

그러니깐, 이 실험들은 의식적인 성적 동기와는 관련 없어요~ 이런 얘기. 성적 동기(sexual motivation)와 성적 기능(sexual function)은 다릅니다. 이 차이를 알지 못하면 프로이트 심리학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죠.

에 또, 저자들이 깜빡 잊고 빼먹은 것 같은 중요한 문구도 있습니다 ㅎㅎ:
유전자와 진화가 인간의 모든 행동을 결정한다는 얘기도 아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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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얼마전에 Read & Lead 블로그를 통해서(강추입니다) "시대가 변해서 이제 과시적 소비는 한물 가고 보이지 않는 표식(invisible badge)이 대세"라는 마케팅 분야의 글을 하나 읽었는데요, 좀 오바라고 생각합니다:
Today's consumer is supposed to be a little more sophisticated than that. So it's puzzling how many marketers still talk about how a certain beer or sneaker or handbag functions as a so-called 'badge.' Even hybrid cars are said to be eco-status markers that show 'conspicuous concern' about the environment. More scholarly observers call this 'signaling.' But in the end it's all repackaged Veblen: The idea is that we buy stuff mostly to impress other people.

Perhaps this was true in the past. But the time has come to retire the conspicuous consumption idea. Observers of consumer culture (marketers, to name an example) need to understand that as a concept, it's inadequate. The rest of us (consumers, that is) need to understand that even if we wanted it to work, it just doesn’t anymore.

There is a better idea--the invisible badge.

(요약하자면, 오늘날의 소비자는 좀 더 현명해서 과시적 소비 개념은 더이상 적절치 않다. 나 스스로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비한다는 the invisible badge가 대세다. 뭐 이런 얘기)

Rob Walker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위 주장은 "틀렸습니다". 인간의 심리나 행동에 대해 아무나 자기 마음대로 "추측"할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갔습니다.

과시적 소비라는 것은 오늘날의 소비자가 똑똑해졌기 때문에 없어질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경제 행위가 아닙니다. 인간의 과시적 소비는 (조류와 포유류의 공통 조상까지는 고사하고) 그 역사를 영장류 까지로만 치더라도 최소한 수백만년간 이어진 본성이고, 하루아침에 바뀔만한 성격의 것이 아닙니다.

소비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그리고 인간이 유성생식을 하는 한, 과시적 소비도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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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웹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다가 Captology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Captology는 "Computers As Persuasive Technologies"의 약자인데, 번역하자면 "설득 기술로서의 컴퓨터"라는 뜻이고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놀랍게도(조금 황당할 정도) 30년 이내세계 평화발명해내는 것입니다(inventing world peace in 30 years).

Captology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두 권 있는데요, 한 권은 "Persuasive Technology - Using Computers to Change What We Think and Do (설득 기술 -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라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세한 요약은 제 개인위키에 정리한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또 다른 한 권은 "Mobile Persuasion"이라는 책인데,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Persuasive Technology를 다루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아직 못봤어요. 주문 대기 중).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Donald Norman의 Affordance 개념과도 살짝 연결된다고 봅니다. 차이가 있다면 Affordance의 경우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반면, Captology의 경우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최종적인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는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 Science and Practice)"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번역서 제목이 좀 싸구려 같지만 내용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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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글을 쓰다가 진화심리학을 언급할 일이 있으면 링크를 걸기 위해 진화심리학에 대해 짧게 정리를 해봤습니다.

진화심리학 = 진화생물학 +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은 진화생물학의 이론들을 심리학에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화생물학에서는 인체의 다양한 기관이 각각 특수한 적응적 문제(adaptive problem)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된 적응 기관이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눈은 외부의 사물을 보기 위한 적응 기관이고, 심장은 혈액을 순환시키기 위한 적응 기관입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설명을 인간의 마음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신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심리적 모듈들로 이루어져 있고, 이 모듈들은 각각 특수한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되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기 위한 모듈, 언어 습득을 위한 모듈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 모듈은 진화된 심리 메커니즘(Evolved Psychological Mechanism)이라고 부릅니다.

진화의 세 가지 산물: 적응, 부산물, 노이즈

(꼭 진화심리학에만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지만)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라는 과정은 "적응, 부산물, 노이즈"라는 세 가지 산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부분은 David Buss의 "The Evolutionary Psychology"를 요약/번역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 적응(Adaptation) - 특정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연선택이 누적된 결과로 만들어진 유전성이 있고 발달 과정상 안정적인 형질. 예를 들면 탯줄은 태아가 산모로부터 영양분을 공급받기 위해 진화된 "적응"으로, 모든 개체에 존재합니다.
  • 부산물(By-products) - 진화적 적응의 여파로 생겨난 목적 없는 형질. 예를 들면 배꼽. 배꼽 그 자체는 어떠한 문제를 풀기 위해 진화된 것이 아니라, 탯줄을 끊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흔적입니다. 부산물은 적응의 흔적이기 때문에 적응과 마찬가지로 모든 개체에 존재합니다.
  • 노이즈(Noise) - 돌연변이,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발달 상의 어떠한 사건 등으로 인해 개체에 가해진 임의적인 산물. 예를 들면 배꼽의 모양. 노이즈는 적응이나 부산물과 달리 개체 사이에 일관성이 전혀 없습니다.
진화심리학(혹은 진화생물학)에서 주로 관심을 갖는 산물은 적응과 부산물 입니다. 특히 무엇이 진화적 적응이고 무엇이 부산물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예를 들어 촘스키(Noam Chomsky)는 언어 기관(FLN)이 부산물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핑커(Steven Pinker)는 이 입장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진화심리학에 대한 논의에서 "종교는 부산물인가"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할 때에는 위에서 설명한 엄밀한 학술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며, "부산물"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부정적 의미를 전혀 담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진화심리학의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뭐 고작 부산물 따위로 취급하다니" 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경우를 많이 봤었는데, 이는 오해입니다.

진화심리학적 설명틀

진화심리학의 장점 중 하나는 "진화생물학"이라는 견고한 학문으로부터 훌륭한 이론틀이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진화심리학의 다양한 가설들은 다음과 같은 분석틀에 의해 제약되고 검증받을 수 있습니다:
  • 일반 이론 - 최상단에는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 이론이 놓여 있습니다. 포괄적응도란 어떤 개체의 행동이 자기 자신의 적응도(Fitness)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유전자를 공유하는 다른 개체(혈연관계에 있는)의 적응도에도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여 계산된 적응도를 말합니다. 개체는 포괄적응도를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는 것이 진화심리학의 최상단에 놓인 일반 이론입니다.
  • 중간 수준의 이론 - 일반 이론과 충돌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즉, 일반 이론의 틀 안에서) 부양 투자(Parental Investment)나 호혜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과 같은 몇 가지 중간 수준의 이론이 제시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양 투자 이론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 암컷이 수컷에 비해 더 짝짓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고, 호혜적 이타주의 이론을 통해 "어떠한 경우에 개체들 사이에서 이타성이 발현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 구체적 가설과 예측 - 일반 이론과 중간 수준의 이론이 제공하는 틀로부터 경험적 검증이 가능한(empirically testable) 다양한 구체적 가설과 예측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틀이 점점 강력해지고 퍼즐 조각들이 모일수록 진화심리학은 "그냥 그런 소설일 뿐(just so stories, evolutionary storytelling)"이라는 일부 비판으로부터 점진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됩니다.

진화적 적응 환경, 적응의 시간 지연

진화적 적응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우선 각 진화적 적응에는 그에 따른 "진화적 적응 환경(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ation)"이 존재합니다. 허파가 집중적으로 진화된 시가/장소와 심각이 집중적으로 진화된 시기/장소가 다르므로, 허파의 EEA와 심장의 EEA는 서로 다릅니다. 심리 모듈의 적응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나름의 EEA들을 갖겠죠. 인간 고유의 심리적 특성을 만들어낸 적응 환경을 대체로 10만 년 전(홍적세) 아프리카로 보고 있습니다.

적응의 또 다른 특성에는 시간 지연(Evolutionary Time Lags)이 있는데, 진화적 적응이라는 것은 몇몇 특수한 상황(무기경쟁, 특정한 성선택 매커니즘 등과 같이 일종의 feedback loop가 만들어지는 경우)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으로 수십~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나는 지질학적 스케일의 사건이기 때문에 환경이 바뀐다고 해서 곧바로 해당 환경에 대한 적응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십만 년 동안(특히 최근 만년 이내에) 인간의 환경은 급격하게 변해왔고 인간의 신체와 마음은 현대 사회에 최적화된 상태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단 것(초콜렛 등)에 강력하게 끌리는 본능은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는 뱀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배우지만 총기나 전기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학습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그러한 사례입니다.

가장 과학적인 심리학?

이 부분은 사견입니다.

(짧은 이 글에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지만) 저는 진화심리학이 설명가능성, 설명의 경제성, 내적 일관성, 예측가능성, 반증가능성, 퍼즐풀이의 틀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가장 과학적인 심리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발달/정서/학습/아동/신경/교육/공학/언어/이상 심리 등 어떠한 심리학 분야가 되었건 진화심리학적 설명틀을 밑바탕에 깔고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해의 소지가 굉장이 많은 표현이라 약간 부연을 하겠습니다.

우선, "가장 과학적"이라는 말은 "완성된"이라는 뜻이 아니라,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과학적인"이라는 뜻입니다. 완성되고 변치 않는 이론은 보통 과학이라고 하지 않고 종교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둘째, "진화심리학이 매우 훌륭하다"라는 주장은 "진화심리학만으로 인간의 모든 심리/행동을 설명해야 한다/설명할 수 있다"는 (크게 잘못된) 주장과 관련이 없습니다. 학자들마다 진화심리학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의 범위를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화심리학은 "시대와 문화권에 상관 없이 인류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심리/행동 상의 공통점"을 설명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기에 진화심리학의 설명틀은 굉장이 성글어서, 주의하지 않으면 온갖 사이비잡탕 이론이 난무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심리학들 - 특히 프로이트 등 - 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탄탄한 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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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UI 가이드라인은 공부에 큰 도움이 되는 소스입니다. 정보 시각화, 지각 심리학, 공학 심리학 등 각종 이론서들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들이 전문가들에 의해 어떻게 실용화/구체화되었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으니까요.

    WIndows Vista, Mac OS, OLPC 등의 UI Guideline은 이곳을 참고하세요.
  • 라이프스트리밍이란 한 마디로 삶의 흐름을 몽땅 기록하는 것입니다. MS 연구소 등에서 예전부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입니다. Onaswarm은 그룹을 위한 라이프스트리밍 서비스라는군요.
  • Xquared와 제로보드의 에디터 컴포넌트 연동. 이모티콘, 구글지도 넣기 등이 가능합니다. ㄷㄷㄷ
  • '국민에게 걱정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한 후 '회사는 소유할 수도 있다'고 말하며 BBK와의 연관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 오늘도 열심히 활약 중인 만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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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rdPress에 이어 제로보드 XE에서도 Xquared를 쓰실 수 있습니다. 짝짝짝.
  • "It will be very hard for politicians and governments to keep secrets."

    저는 지금 "코드: 사이버공간의 법이론"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 의하면 코드의 규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사이버 공간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좋다/나쁘다 하는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 JSONP 등의 트릭을 쓰지 않고도 안전하게 Cross Domain 요청을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안입니다. Flash의 보안 정책과 유사한 방식이군요.
  • Eye tracking 연구를 통해 얻어진 주요 교훈 몇 가지를 정리한 짧은 목록 입니다. 몇 가지 직관과 다른 의외의 결과들도 보입니다. 한번 가볍게 훑어봅시다.
  • 웹 접근성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셔야 할 글입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 상에서 정확히 어떠한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ㅋㅋ 제목은 또 얼마나 섹시한가요.
  • 저도 베타테스터 당첨 되었답니다. 오픈마루 사람도 테스터 신청을 해야하는 까칠함. ㅎㅎ 이런 까칠함은 좋단 말이죠. 아, 메일 보내주시면 초대해드립니다!
  • "순도 100% 개발자는 굶어죽기 딱 좋은 것 같다. 순도 100% 과학자는 연구비 못따서 연구 못하는 거랑 비슷." ㄷㄷㄷ 가슴을 후벼파는 한 문장(아니 두 문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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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e evaluation
  [짤방 1] 다시 수혈하기 위해 긴급히 코피를 받는 중

Wine Tasting Trickery라는 글을 읽고 씁니다.

커피 맛에 대한 평가가 커피숍의 분위기에 따라 엄청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하는데, 와인 또한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와인에 싸구려 레이블을 붙인 후 시음을 요구하면 "단순하다", "벨런스가 안맞는다", "가볍다" 등의 평가를 하지만 고급 와인의 레이블을 붙이면 평가는 급격히 바뀌어 "복잡한 맛", "벨런스가 잘 맞는다", "무겁다(full)" 등의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군요.

물리적 환경 뿐 아니라 "와인 레이블에 대한 과거의 기억" 등과 같은 심리적 영향들도 무의식적으로 맛과 향의 지각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죠. 이건 테이스터들이 레이블을 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그렇게 평가를 한다기 보다 "실제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야 워낙 와인을 잘 모르기도 하고 비싼 와인을 먹어본 적도 없고(결정적으로 레이블을 봐도 뭐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ㅎㅎ) 해서 대충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근데 저 짤방의 와인, 그닥 안 땡기는군요. 잔이 못생겨서 그럴까요?)

PS: (급 다른 얘기로 전환) 요는 와인이나 커피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험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는 거죠. 밝은 색의 가벼워 보이는 UI는 뭔가 더 빠른 것 같은 느낌을 준다거나 하는 것 말예요(이를테면 Windows Vista의 UI Guideline의 Aesthetics 부분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PS2: 원고 마감 하루 전인데 반 밖에 안 써놓고 블로그질 하고 있는 이 배짱.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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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언제까지 남자의 프로포즈를 튕길 수 있는가를 읽고 생각나서 씁니다:
한 여성에게 100명의 남자가 순차적으로 프로포즈 한다고 하자. 100명 중 백마탄 왕자는 한명 뿐이고, 여성는 그 남자를 찾고 싶어한다.

물론 그가 첫번째로 프로포즈할지 100번째로 프로포즈를 해 올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여자가 100명의 남자 중 제일 멋진 남자를 고른다는 건 너무 불공평하니까 한번 프로포즈한 남자를 튕기면 다시는 그 남자는 선택할 수 없다고 하자.

즉, 만약 더 나은 남자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99명의 남자를 차례로 튕겨버렸다면 100번째 프로포즈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첫번째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드리면 99명의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 보지도 못한다. 그러면 여자에게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확률적으로 가장 적절한 "튕김 횟수"는 37번 입니다. 37번까지 무조건 튕기면서 그 중 가장 괜찮았던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가, 그 이후에 그 사람보다 좋아보이는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잡는거죠.

물론, 평생 만나는 이성 중 결혼 후보자가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37명이라는 것이고,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은 50명이 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충 한 다스(12명) 정도 튕겨보고 그 이후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게 바로 한 다스의 법칙(Try a dozen heuristic)입니다

혈액형 테스트나 별자리 얘기처럼 장난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름 진지하게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다스의 법칙(Try a Dozen)은 다양한 상황에서 37% 법칙(처음 37% 중 최고를 기억한 후 나머지 중에서 그를 뛰어넘는 사람을 뽑는 것) 만큼 잘 작동했다. 한 다스의 법칙은 간단하다. 열 두 명의 작 후보를 면접하여 그 중 최고를 기억해 둔 다음, 나머지 사람들 가운데서 그 사람보다 매력적인 자를 물색하는 것이다. 평생의 번식기간 동안 만나게 될 짝 후보가 몇 명이나 될지 미리 견적을 뽑아 볼 필요도 없다. 적어도 50명 쯤 만날 거라는 장담만 있으면 된다.

인간은 이 한 다스의 법칙과 비슷한 전략을 따르는 것 같다. 우리는 사춘기에 많은 이성 친구를 사귀고, 적어도 한 번 쯤은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첫사랑을 분명히 기억해뒀다가 첫사랑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는 식이다. 모든 사람은 '만족할 만한' 상대를 찾는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찾을 수 있는 절대적인 최고를 찾는 게 아니라, 꽤 괜찮은 혹은 충분히 괜찮은 상대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만족할 만한 상대 찾기 규칙도 가장 복잡하고 완벽한 판단전략과 거의 대응한 정도로 강력한 성선택을 일으킨다.

--p316~317

제프리 밀러라는 신진 진화심리학자의 저서인 The Mating Mind 중에서 인용한 글입니다(이 사람은 이 밖에도 여러가지 재미있는 가설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학자 중 한 명입니다 ㅋㅋ).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이미 확률 계산을 하고 있다는 가설인거죠(진화심리학 혹은 인지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마음에는 한 다스 법칙 계산 모듈을 들어 있다"는 식으로 표현합니다).

밀러는 이와 유사한 법칙(엄밀하게는 휴리스틱) 중에 "최고 뽑기(take the best)"라는 것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휴리스틱은 인간 심리의 휴리스틱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기거랜쩌의 아이디어 입니다:
Gerd Gigerenzer와 그의 동료들은 수많은 형질들을 비교해 두 명의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골라야 할 때 이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으로 매울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단 형질들을 중요도에 따라 순서를 매긴 후, 중요한 형질부터 시작해 한 후보자가 월등히 뛰어난 부분이 나타날 때가지 비교하는 것이다. 가령 짝 후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형질이 지능이고 그 다음이 미모라면, 두 명의 후보자를 놓고 바로 비교를 시작한다.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지능이 더 뛰어난가? 만약 그렇다면 그냥 똑똑한 사람으로 결정한다. 지능이 똑같다면 이 사람이 저 사람보다 더 아름다운가? 만약 그렇다면 아름다운 사람으로 결정한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무나 선택해도 상관 없다. Gerd Gigerenzer의 연구팀은 최고 뽑기(Take the best)라고 이름붙인 이 간단한 법칙이 거의 모든 상황에서 정교한 수학적 법칙만큼이나 훌륭한 판단 방법이라는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 법칙은 매우 훌륭한 결정법이면서도 매우 단순하다. --p314

음. 이 두 가지 휴리스틱(한 다스의 법칙, 최고 뽑기)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값진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너무 오래 튕기지 말 것
  • 너무 꼼꼼히 따지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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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Clouds의 문제들.

태그를 시각화(visualization)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그 구름(Tag Cloud)을 사용하는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저는 태그 구름은 그리 좋은 정보 시각화 사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제 블로그에도 나오고 있죠. 조만간 바꿔버릴 생각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단어의 크기로 태그의 사용도(popularity)를 표시하는 것의 문제

두 태그가 동일한 크기로 표현되어 있을 경우 "단어의 길이가 더 길면" 더 크게 보이는 문제를 피하기 힘듭니다. 단어의 길이가 같다고 하더라도 "M"과 "i"와 같이 타이포 자체에 차이가 있는 경우(가변폭이건 고정폭이건) 크기가 다르게 인식될 수 밖에 없습니다.

2. Long-tail의 Head 부분 밖에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

한 연구(PDF)에 의하면 태그의 분포는 Long-tail을 따른다고 합니다. 태그 구름은 롱테일의 머리(head) 부분만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죠. 하지만 태그를 기반으로 정보를 찾고자 할 때 정작 중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꼬리(tail)에 해당하는 태그입니다.

3. 원하는 태그를 쉽게 찾지 못하는 문제

예전부터 많이 써 온 일부 태그는 비교적 금방 찾을 수 있겠지만(태그 구름에서 크게 나오니까), 최근에 바뀐 관심사와 관련이 있어서 아직은 해당 태그를 달고 있는 글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태그 구름에서 해당 태그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태그 구름은 알파벳순(+가나다순)으로 태그를 정렬하여 보여주지만 그 형태상(크고 작은 글자들이 섞여 있는 구름) 일반적인 알파벳순 목록에 비해 훨씬 찾기가 힘들어집니다. 한 실험에 의하면 보통 사용자들은 태그 구름의 태그들이 알파벳순으로 정렬되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4. 비효율적인 공간 활용

여기에서 공간이란 단순히 화면 상에서의 크기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위에 나오는 태그 구름의 경우 글자의 크기 뿐 아니라 색상 까지도 동일한 정보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소중한 공간의 낭비입니다.

효과적인 시각화라면 꼭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는 Preattentive Processing 입니다. Preattentive Processing이란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지 않고도 딱 보는 순간 정보가 튀어나오는(pop-out)"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효과를 주기에 적절한 시각적 차원들은 2차원 공간 상의 위치, 색상의 차이, 움직임 등이 있는데, 이 중 "2차원 공간 상의 위치"와 "색상"이 별 의미 없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죠.

5. 제한된 인터렉션

좋은 시각화는 한 번 감상하고 끝나는 단방향의 "그림"이 아닙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중요한 요소로 융합되어 있어야 하고, 효과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태그 구름들은 보통 "한 번 보고 클릭하면 끝"입니다. 그러면서도 화면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이 또한 낭비입니다.

태그 구름이 적절한 시각화인가에 대해서는 제 결론 대신, 위에서 인용했던 실험이 언급되어 있는 논문의 결론을 소개하겠습니다:
We have concluded that tag clouds are primarily a visualization used to signal the existence of tags and collaborative human activity, as opposed to a visualization used for data analysis.

(우리는 태그 구름이 데이터 분석을 위한 시각화라기 보다는, 사이트에서 태그와 협업을 지원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시각화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보의 시각화(information visualization)라는 것은 눈요기(eye-candy) 용도가 아닙니다. 아무 목적도 없이 3차원으로 빙빙 돌고, 스프링처럼 쫀득쫀득 움직이는 그래프가 나오고, "Loading..." 때문에 기다려야 하거나, 처음 볼 때나 잠깐 신기한 특수 효과와 애니메이션을 보느라 몇 초씩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것은 잘못된 시각화의 사례들입니다.

예를 들어, 윈도 비스타에서 중요한 대화 상자가 뜰 때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는 것은 심미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넓은 모니터 상에서 시선을 효과적으로 끌어오기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경우 인간의 눈은 다른 곳의 변화를 잘 인식하지 못합니다. 단, 다른 곳의 변화가 "움직임"인 경우 예외적으로 잘 인식할 수 있습니다 - UFOV and Motion).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저는 태그 구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PS: 태그 구름을 싫어한다는 것과 태그를 싫어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인데(전자는 시각화, 후자는 모델), 공교롭게도 저는 태그 구름 뿐만 아니라 태그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후에 다시 글을 써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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