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읽은 "Gender Inclusive Game Design" 독후감 입니다. 제목은 "남녀 모두를 위한 게임 기획" 정도로 해석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만 사실 내용은 "여성을 위한 게임 디자인"에 치우쳐있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다만 남녀의 게임 플레이 스타일의 차이를 주로 문화와 학습으로 인한 성차라는 인식에 기반하여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진화심리학의 손길이 필요한 또 하나의 분야를 발견한 느낌이랄까요. ㅋㅋ

대충 메모한 부분들을 소개하고 끝내겠습니다.


1. 게임의 정의 자체에 숨어있는 남성적 요소(p40)

게임이라는 것에 꼭 zero-sum에 기반한 충돌(conflict)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만연한데, 그건 남성 게이머/남성 기획자들의 생각일 뿐이고, 여성들은 대체로 협력적인 게임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대체로'라는 수식어죠. 어떤 여성분은 "난 아닌데!"라고생각할 수 있다는 얘기. 앞으로 '대체로'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ㅋ


2. 충돌 해결 방식에서의 성차(p43)

남성들은 직접적인 경쟁과 모 아니면 도 식의 결과(binary outcome)를 선호하는 반면, 여성들은 협상(negotiation), 외교적 수완(diplomacy), 타협 혹은 양보 등을 선호한다고 합니다(이브 온라인의 스킬 이름들이 나열되어 있군요 ㅋ).


3. 보상과 처벌(p89)

이 부분은 그냥 발번역을 하겠습니다: "...게임에서의 죽음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게 하는 처벌 방식은 사실 좋은 게임 기획과는 반대되는 요소이다. 좋은 기획이라면 플레이어가 계속 게임에 머무르며 플레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하게 하는 방식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그만두도록 강요한다. 게다가 이렇게 떠난 플레이어는 두번 다시 그 게임을 즐기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여성 캐릭터(p101)

여성은 대부분 여성 캐릭터로 플레이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남성 캐릭터만 지원하거나, 별 볼일 없는 깍두기로 시시한 여성 캐릭터 한 두개 넣어주는 기획은 여성 플레이어를 게임에서 밀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Diablo I의 경우 Fighter와 Mage는 남성, Rogue는 여성이었는데, 이 경우 여성 플레이어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군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끝~

저작자 표시
신고

[독후감] 재미이론

라프 코스터(Raph Koster)의 "재미 이론"을 읽었습니다. 원제는 "게임 디자인을 위한 재미 이론(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이라고 하는군요.



2~3년 전에 한 번 읽었던 책인데, 최근에 게임에 관심이 생겨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1. 제목에 대하여

미학(aesthetics)을 다루는 책의 제목이 "예술가를 위한 예쁨이론(A Theory of Pretty Beauty for Artists)"이라면 뭔가 좀 부적절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예술이란 단지 예쁘게 그리는 것이 다는 아닐테니까요.

저는 이 책의 제목에서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임 기획(game design) 이론을 다루는 책의 제목으로 "재미 이론"을 선택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이란 단지 재밌는 것이 다는 아닐테니까요.

특히 게임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자의 뜻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죠. 저자는 본문 곳곳에서 게임이 "그저 재미로(just for fun)", "이건 단지 게임일 뿐이잖아!(it's just a game!)" 같은 식으로 인식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게임이 있고,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재미(fun)"라는 것은 그 중 하나일 뿐이죠. 이 단어가 주는 느낌이 왜 제한적인가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비유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어떤 사람은 공포감을 맛보려고, 어떤 사람은 잔잔한 감동을 느끼려고, 어떤 사람은 로멘스를 느끼려고 영화를 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재미를 느끼려고"라는 포괄적 표현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일상에서 누군가가 별 부연 없이 "이거 재밌는 영화야"라고 소개한다면 이를 듣는이는 대부분 액션이나 코메디 같은 장르를 떠올릴 것입니다.

물론 저자는 재미라는 단어를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 재미라는 단어를 지루함의 반대말로 쓰고 있는 점(p56)
  •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끌어쓰며 사람마다 재미있어 하는 게임의 종류가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점(p114)

등을 볼 때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재미를 어떠한 식으로 정의하고 있는지는 책을 꼼꼼히 읽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죠. 그런 의미에서, 책 제목을 지을 때 적절한 단어를 찾기 위한 고민을 조금 더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임 이론 - Game Theory - 이라고 했으면 참 좋았겠지만 이건 이미 경제학 분야에서 수십년 전부터 널리 쓰이는 용어라서 좀 곤란하죠. ㅎㅎ)


2. 재미란?

이 책에서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바를 요약하자면

  1. 사람들은 무언가를 학습하면 재미를 느낀다.
  2. 사람들이게 지속적으로 학습할 거리를 제공하는 게임이 재미있는 게임이다.

입니다.

Tic-Tac-Toe 같이 너무 쉬운 게임은 그 규칙을 너무 빨리 배울 수 있기 때문에 (학습이 일어나는) 처음 몇 판 동안만 재미있고 그 이후엔 지루해집니다. 한편, 과도하게 어려운 게임 혹은 너무 급속하게 난이도가 높아지는 게임은 오히려 학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고 사람들은 게임을 포기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학습이란 개개인이 의도적으로 "나는 이제부터 학습을 할테다"라고 마음먹어서 일어나는 학습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우리가 게임을 하는 동안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게임에 내제된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뇌의 변화가 바로 학습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모든 게임은 에듀테인먼트이다"라고 선언하고 있고(p61), 게임을 제작하는 사람은 교육자(p60)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관점에서 재미있는 게임이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난이도의 학습 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게임을 말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학습 거리란 것은 적극적으로 밝혀내야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게임 내에 숨겨진 수학적 패턴을 의미합니다.

3. 게임의 핵심은 수학적 형식성인가?

저자는 게임의 핵심 혹은 본질은 수학적 형식성에 있다고 말합니다. 본문의 일부를 인용하겠습니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지금 당장은 게임에 대한 이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의 형식인 추상 시스템이자 게임의 수학적인 측면이라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바로 이러한 게임의 형식적인 측면을 개발해야만 게임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는 명제를 잊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하다. --p98

재미의 본질:

... 재미란 학습을 목적으로 패턴을 흡수하고 있을 때 두뇌가 보내는 피드백이다. ... 게임은 이야기가 아니며, 아름다움이나 환희에 대한 것도 아니다. 게임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책략에 대한 것도 아니다. ... 재미의 본질은 압박이나 압력이 없는 환경에서 '학습'하는 것이며, 게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110~112

게임의 재미를 엄격하게 테스트하는 방법:

게임의 재미를 엄격하게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픽, 음악, 사운드, 스토리 및 그 밖의 모든 것이 배제된 상태에서 그 게임을 해 보는 것이다. 그것이 재미있다면 나머지 모든 요소들은 게임에 중심점을 부여하고, 세련되게 만들고, 더 멋지게 하고, 더 풍부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세상의 어떠한 양념도 양상추를 칠면조 바베큐로 바꿀 수는 없다. --p180

저는 저자가 게임의 형식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된 게임인 페르시아의 왕자 4에 서 전체적인 시나리오, 왕자와 엘리카가 주고 받는 감칠맛 나는 대화, 그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감정들을 다 빼버리고 "길 찾기", "타이밍에 맞춰 버튼 누르기", "퍼즐 풀기"라는 형식만 남긴다면 게임의 재미는 크게 반감될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일인칭 슈팅 게임(FPS) 장르의 대중화에 기여한 울펜스타인 3D 및 둠 시리즈의 추상적 형식은 2D 미로찾기 입니다(멀티플래이를 하지 않는 경우라면). 실제 엔진도 울펜스타인 3D, 둠1, 둠2의 경우 2D로 구현되어 있고 단지 랜더링만 3D로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뻔한 형식을 얼마나 현실감 있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는 크게 달라집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찾을 수 있습니다:

  • 육성 혹은 생활 시뮬레이션에서 그래픽과 시나리오가 빠진다면? (프린세스 메이커, 심즈)
  • 리듬 액션 혹은 댄스 게임에서 음악이 빠진다면? (DDR, DJ Max, 러브비트)
  • ...

이러한 이유로 저는 "게임의 본질이 수학적 형식성에 있고 나머지도 중요하긴 하지만 양념에 불과하다"고 하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관점은 게임이 주고 있는 혹은 줄 수 있는 재미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MMORPG 장르에 대한 비판 중 일부는 몇몇 게임이 형식성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 내에서 "시나리오나 맥락이 없고 지루할 뿐인 단순 반복"이 일어날 때 "닥사(닥치고 사냥)"나 "노가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MMORPG의 MMO(Massive Multi-user Online)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게임을 함께 즐긴다는 의미이고, RPG(Role-Playing Game)은 역할 놀이를 한다는 의미인데, RPG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게임 내에서 제시하고 있는 캐릭터의 역할에 얼마나 충실히 몰입할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대사, 상황에 맞는 목소리 연기, 시나리오와 상황에 어울리는 맵의 구성과 레벨 디자인, 충분히 다양하면서도 시나리오 전개와 긴밀하게 연결된 퀘스트와 미션 등등의 다양한 요소가 만족되지 않고 단순한 형식만 남을 때 "닥사" 내지는 "노가다"로 인식되는 것이죠.

(물론 밖에서 보면서 이런 식으로 비판하기는 참 쉬운 일입니다.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많은 이유가 있겠죠. 일정이라거나 예산이라거나 조직 구조라거나 등등)

정리하자면 저는 게임의 형식성, 시나리오, 대사, 레벨 디자인, 그래픽, 조작감, 인터페이스, 사운드 효과 및 배경음악 등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배경음악이라는 말 자체에 약간 편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게임에서의 음악은 배경음악이 아니라 전경음악이라고 해야 합니다. 앞서 예로 들었던 리듬 액션 게임이 대표적인 예죠. 스타워즈 X-Wing 시리즈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RTS)의 원조격인 듄(Dune) 등은 전장(field)의 상황에 따라 음악이 바뀝니다. (배경)음악은 게임의 진행 상황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요약하자면 게임의 장르나 특성에 따라 강조해야할 요소가 달라지는 것이지, 형식성을 우위에 놓고 나머지를 양념으로 잘 버무린다는 개념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4. 맺음말

좀 비판적으로 읽기는 했지만,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놀이와 인간, 호모 루덴스 등에 1900년대 초중반에 쓰인 책들에 비하면 이 책이 실무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저는 게임 제작 관련 실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추측일 뿐입니다만) 훨씬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여전히, 학계가 아닌 업계에 있는 사람(저자는 소니 엔터테인먼트의 CCO - Chief Creative Officer - 라고 합니다)이 쓴 책 치고는 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5. 관련글


저작자 표시
신고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저작자 표시
신고
"불확실성과 화해하는 프로젝트 추정과 계획"을 읽었습니다.

중이미지보기

원제는 "Agile Estimating and Planning" 이고, "사용자 스토리(User Story Applied)"의 저자가 쓴 후속작입니다.

흥미롭게 읽은 내용들은 위키에 요약을 해두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라구요, 이 포스트에서는 14장(이터레이션 계획 과정)에서 소개하고 있는 이터레이션 계획의 두 가지 방법인 "속도 중심 계획법"과 "서약 중심 계획법"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이 책으로 간단한 토론회 같은 것을 했는데 "서약 중심 계획법"에 대한 약간의 오해 같은 것이 있었거든요. 근데 듣고 보니 다른 분들도 오해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오해가 뭐였냐면...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속도 중심 계획법에서는 지난주에 끝낸 스토리 점수(story point)에 따라 이번주 속도가 결정되는데, 속도라는 것은 원래 변하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주어진 스토리를 꼭 끝내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하다. "서약"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서약 중심 계획법이 좋은 것 같다.

이런 것이죠. 하지만 속도 중심 계획법이건, 서약 중심 계획법이건 주어진 스토리를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습니다. 서약 중심 계획법이라고 해서 더 엄숙하게 "서약합니다~" 이러고, 속도 중심 계획법이라고 해서 "하는대로 하다가 안되면 마는거지 뭐~" 이러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렇다면 두 계획법이 대체 뭔 차이인가?

속도 중심 계획법은 현재의 팀 속도(velocity)에 기반하여 이번 이터레이션에서 수행할 스토리들을 모두 정한 후에 이를 작업(task) 단위로 분해합니다. 팀 속도에 의해 스토리가 push 되는 방식입니다.

한편, 서약 중심 계획법은 스토리를 한 번에 하나씩 골라서 작업 단위로 분해하고 이를 시간 단위로 추정합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이번 이터레이션에 스토리를 추가로 더 구현할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개발자들이 판단하기에 그게 가능할 것 같으면 스토리를 하나 더 뽑습니다. 전자와 다르게 pull 방식으로 계획을 하는 것이죠.

이 부분 번역이 뭐랄까 좀 미묘하게 되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래 문장의 경우:
...'어제의 날씨'에 근거해 얼마나 많은 스토리 점수나 이상적 작업일이 다음 이터레이션에 필요할지를 결정하는 대신, 팀은 더 이상 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사용자 스토리를 이터레이션에 하나씩 추가해 넣는다. --p226

원문은 이렇습니다:
... rather than creating an iteration plan that uses the yesterday's weather idea to determine how many story points or ideal days should be planned into the current iteration, the team is asked to add stories to the iteration one by one until they can commit to completing no more.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한 번에 하나씩"인데, 이런 부분이 번역문에서는 약간 강조가 덜 된 느낌이예요. 트집 잡자는 것은 아니고, 살짝 아쉽다는 ^^;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번역입니다). 아래와 같이 해보면 원문의 뉘앙스가 조금 더 살지 않을까 싶어요(정확한 번역이라기 보다 느낌을 살리기 위해 좀 뺐습니다. 실제로 책 번역할때 이런 식으로 막 빼면 곤란하죠 ㅎㅎ):
...이번 이터레이션에서 수행할 스토리의 양을 "어제의 날씨"에 근거하여 한번에 정하는 대신, 팀은 더 이상 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스토리를 한번에 하나씩 추가해 넣는다.

"어제의 날씨"에 근거하여 한번에 스토리를 왕창 밀어넣느냐(push), 스토리를 하나씩 task로 분해하면서 당겨오느나(pull)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속도에 의해 자동으로 push 되니까 속도 중심 계획법,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만큼 땡겨오니까 서약 중심 계획법인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뭐가 다른가? 전자는, 일단 스토리를 왕창 할당 받은 다음에 task로 분해해봤더니 생각보다 작업량이 많더라 하는 경우가 발생해도 이미 빼도박도 못한다는 거죠. 이로 인해 발생할 계획의 차질은 다음 이터레이션이 되어야 "팀 속도 보정"이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고요. 후자는 이런 문제가 없겠죠. (이에 대한 설명이 232 페이지에 있습니다)

신고
또 독후감입니다. ㅎㅎ 이번에 읽은 책은...

Book Cover

Designing for Interaction (by Dan Saffer)

입니다. (표지가 예뻐요 ㅋ)

1장에서는 IxD를 정의, IxD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 또, 인터랙션 디자이너의 자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Finding alternatives: Designing isn't about choosing among multiple options - it's about creating options, finding a "third option" instead of choosing between two undesirable ones. (발번역 - 대안 찾기: 디자인이란 그저 그런 여러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옵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음. 멋진 말입니다. 근데 이게 어떻게 보면 Jakob Nielsen 같은 전문가의 입장이랑은 일견 모순되는 것 같단 말이죠. Jakob Nielsen은 "제발 새로운거 만들지 말고 표준 UI 쓰란 말이야"라고 주장하는 분이거든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용자는 멍청해서 혁신적인 UI에 적응하지 못하나?"에서 Lipio님과 댓글로 나눈 대화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장에서는 User-Centered, Activity-Centered 등 여러 디자인 방법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Genius Design"이 재미있었습니다 ㅋ "천재 디자인"이란, 쉽게 말해서 Apple의 방법론이죠. "우리가 최고고 우리가 제일 잘 아니까 사용자 조사 같은거 안하고 걍 만드는거다" 이런거. 하지만 제약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천재 디자이너(혹은 경험이 아주 많은 디자이너)에게만 통하는 방법이라는 점. --; 이거 꼭 파인만 알고리즘과 비슷하죠:
1. 문제를 적는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답을 적는다.
  (참고: 파인만 머리속에서만 작동됨)

저는 아무래도 입문자라서 그런지 "3장 - 인터랙션 디자인 기초" 부분이 제일 좋았습니다. 저는 응용 사례나 경험담 보다는 원리나 이론 같은 좀 근본적인 내용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3장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내용은 인터랙션 디자이너가 다루는 재료 - Motion, Space, Time, Appearance, Texture, Sound - 들을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빈서판(blank slate) 가설을 깔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설명들입니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Affordances (or, technically, perceived affordances) are contextual and cultural. You know you can push a button because you've pushed one before. On the other hand, a person who has never seen chopsticks may be puzzled about what to do with them. --p49

제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면, 진화심리학을(또또 ㅋ) IxD에 접목하는거예요. 아니, Colin Ware의 저서들을 보니 이미 어느 정도 시작된 느낌이라... 걍 쫓아가면 되겠군요. ㅎㅎ

에고, 너무 길게 썼군요. 그래도 마지막 챕터, "Epilogue - Designing for Good"을 그냥 넘길 수는 없죠. 여기에서 "Good"이란 "선"을 의미합니다. IBM이 나치를 위해 개발한 죄수 관리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문장이 무섭습니다:

"The Holocaust was extremely well designed."

에, 그러니깐, 착한 디자이너인 우리들은, 이런 악한 시스템을 만들지 말아야겠다, 뭐 이런 내용이죠. Persuasive Technology에서도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윤리적인 면에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 에필로그를 읽으면서 갑자기 몇 년 전에 읽었던 Christopher Alexander의 에세이(The Origins of Pattern Theory)가 생각났어요(가끔은 좋아지는 기억력 ㅎㅎ). 이 글에서는 도덕적으로 경건한 소프트웨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I would ask that the use of pattern language in software has the tendency to make the program or the thing that is being created is morally profound - actually has the capacity to play a more significant role in human life. A deeper role in human life. Will it actually make human life better as a result of its injection into a software system?

이번 독후감은 여기까지.

관련글:

신고

[독후감] 순전한 기독교

이 책은 한 일주일 쯤 전에 다 읽었는데 미루다가 지금 씁니다.



"나니아 연대기"로 유명한 C.S.루이스의 저서입니다. 내용에 대한 요약은 여기를 참고하세요.

일단 책에 인용된 추천사를 보면:
  • 정통 기독교의 핵심에 관한 책으로는 출판사상 최대 사건 - 크리스체니티 투데이
  •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기독교 변증서 가운데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과 도덕성을 명료하고도 지성적인 필치로 변론한 가장 뛰어난 책 --Alister McGrath
  • 크리스채니티 투데이 선정 금세기 최고의 책 1위
  • 퍼블리셔스 위클리 종교부문 최장기 베스트셀러 (9년 6개월, 2005년 8월 현재)
라고 합니다. 참고로 Alister McGrath는 "도킨스의 신(The Dawkins God)", "도킨스의 망상(The Dawkins Delusion) 등의 저자 입니다.

다음은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인용한 문장입니다:
루이스는 회의론자를 위한 사도로 알려져 있을 만큼 기독교 신앙의 합리성과 매력을 힘있게 변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신앙의 핵심적 내용을 지적으로 설득력 있게 변증하는 한편, 신앙의 매력과 찬란함을 힘차게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지성인들이 루이스의 저술을 통해 기독교 신앙을 새롭게 갖게 되기도 하고 살아 있는 신앙을 회복하기도 했습니다. --p344

마지막으로, 다음은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영국 성공회에만 해당되는, 또는 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신념을 마치 공통적인 기독교인 양 제시할 수 있는 위험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책 제2부의 초고를 네 명의 성직자(영국 성공회, 감리교, 장로교, 로마 가톨릭에 속한 성직자)에게 보내 자문을 구했습니다. 감리교 성직자는 제가 믿음에 대해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가톨릭 성직자는 대속(Atonement)을 설명할 때 이론이 비교적 중요치 않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밖의 내용에 대해서는 우리 다섯 명 모두의 생각이 일치했지요. 이 책의 나머지 부분들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검토'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그 내용이 그리스도인들 사이에 의견 차이를 불러올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교파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이나 학파간의 차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p13

이상을 종합+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 믿을만한 저자가
  • 기독교 여러 종파의 공통적 믿음에 대해 쓴
  • 최고의 기독교 변증서이며
  • 최근 10년 간 기독교도들 사이에서 (아마도 성경 다음으로) 가장 널리 읽힌 책
이라는 것이죠.

덕분에 저는
  • 기독교의 여러 종파가 갖는 공통적 문제점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게 되었으며,
  • 기독교라는 종교를 논리적으로 올바르게 변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믿음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Thomas Aquinas의 "논증"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소위 기독교 변증론(Christian Apologetics)이라는 학문이 철학적/논리학적으로 전혀 제대로 된 토대를 갖추지 못한 것 같은데, 하나의 학문으로 인정받고 오래 지속되는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교양있는 학자들이 평생을 연구한 주제가 대체 무엇인지, 현대의 기독교 변증론자들은 이런 토대 위에서 무엇을 연구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관련글:
신고
이번에는 소셜 웹 기획에 대한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은 "Designing for the Social Web"이고 저자는 Joshua Porter 입니다.




사회심리학, 복잡적응계(Complex Adaptive Systems) 같은 분야의 연구를 웹 기획에 접목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제가 선호하는 방향과 유사해서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근데 구체적으로 어쩌자는 얘기는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네요)

특히 재미있게 읽은 내용은 2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AOF Method 입니다. 소셜 객체(social object)를 찾아내고, 각 객체에 대하여 적절한 동사(verbs)를 찾아내는 식의 접근인데요, 예를 들면 Flickr의 경우 주요 소셜 객체는 사진(photo)이고, 사진으로 할 수 있는 행위들, 즉 동사에는 store, view, add to favorites, digitally edit, share, comment on 등등이 있습니다.

개발자 분들은 딱 듣는 순간 객체지향 소프트웨어 분석/설계(OOAD)를 떠올릴 수 있을거예요. 도메인 주도 개발(DDD)도 생각나고요. 기획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개발 프로세스와 좀 더 자연스럽게 엮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유할 수 있는 어휘(ubiquitous language)가 늘어나는 것도 물론이고요. 결국 웹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에서 기획 단계는 SI 프로젝트에서의 요구사항 분석 단계와 대응되는 단계인거죠. (예전에 Martin Folwer의 Analysis Patterns를 좀 대충 봤는데 지금 다시 보면 뭔가 기획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기억이 가물가물.)

RSS 읽다보면 종종 개발자 블로그에서는 기획자 욕하고, 기획자 블로그에서는 개발자 욕하고 하는 것 보면 좀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기획이 개발에서 배울 점, 개발이 기획에서 배울 점이 참 많은데 말이죠. (아차, 그러고 보니 저도 얼마 전 술자리에서 기획자 욕을 했네요. ㅎㅎ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습니다.)

그 밖에도, 참여(participation),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공유(sharing)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챕터들(chapter 5~7)도 재미있었습니다.

책 내용이랑은 별 관련 없지만, 중간에 Flickr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 한 장 첨부합니다 ㅎㅎ 여러모로 참 배울 점이 많습니다:

soldierant님이 촬영한 Flickr User Model, v0.3.
(Flickr User Model v0.3)

(지금은 "Designing for Interaction"을 읽고 있습니다)

관련글:

신고

[독후감] Web Form Design

야후!의 Luke Wroblewski가 쓴 "Web Form Design"을 읽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웹 폼(form)을 잘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실제 사이트에서 인용된 예시가 풍부한 점, 아이 트래킹이나 필드 테스팅 등을 통해 수집한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고 있는 점 등이 마음에 듭니다.

각 장 제일 끝에는 내용을 한 페이지에 요약한 Best Practices 섹션이 있는 구성도 좋았습니다(물론 요약인 만큼 "이렇게 저렇게 해라" 정도의 얘기만 나오기 때문에,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면 본문을 읽어봐야겠죠).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13장 "Gradual Engagement" 입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접하고 "한 번 써볼까?"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마주치는 페이지가 바로 "가입 양식"인데, 이게 좀 문제라는거죠. 저자는 가입 양식 페이지를 없애야 한다(sign-up forms must die!)고 주장합니다. 13장은 웹에 전문이 공개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아, 그리고 저자가 직접 작성한 요약본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신고
책을 읽으면 보통 위키에 정리를 하는데(예를 들면 이런 식), 간단한 독후감 같은 것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함 해보려고요 --;



"Designing the Moment: Web Interface Design Concepts in Action" 이라는 책을 봤습니다.

사용자 경험의 각 순간(moment)에 따라 해결해주어야 할 문제가 다르고, 이를 모두 제대로 해결해주는 것이 디자이너(우리말로 하자면 기획자)의 역할이라는 내용입니다.

목차는, 가입에서부터 탈퇴까지를 대충 시간 순으로 늘어놓은 식입니다. 개념이나 기획 의도는 참 좋은데, 내용이 좀 가볍습니다. 뭐랄까, 그냥 대충 쓴 블로그 글을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

나중에 웹 사이트 리뷰 같은 것을 할 일이 있으면 이 책 목차를 참고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보자면, 목차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신고
얼마 전에 웹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다가 Captology라는 분야를 알게 되었습니다.

Captology는 "Computers As Persuasive Technologies"의 약자인데, 번역하자면 "설득 기술로서의 컴퓨터"라는 뜻이고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연구의 목표 중 하나는 놀랍게도(조금 황당할 정도) 30년 이내세계 평화발명해내는 것입니다(inventing world peace in 30 years).

Captology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두 권 있는데요, 한 권은 "Persuasive Technology - Using Computers to Change What We Think and Do (설득 기술 -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기)"라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자세한 요약은 제 개인위키에 정리한 내용을 참고해주세요. (또 다른 한 권은 "Mobile Persuasion"이라는 책인데, 핸드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Persuasive Technology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Donald Norman의 Affordance 개념과도 살짝 연결된다고 봅니다. 차이가 있다면 Affordance의 경우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그 자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인 반면, Captology의 경우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최종적인 목적이라는 점입니다.

함께 보면 좋을 책으로는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 Science and Practice)"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번역서 제목이 좀 싸구려 같지만 내용은 훌륭합니다.
신고
< Newer     Older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