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진화론 비판

( 점심시간에 쓰느라 두서가 없는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

( 2010-11-30 09:40에 살짝 업데이트 )

아무 데나 뿌려대는 진화론 신공을 읽고 씁니다.

"...집단생활을 해온 고대 선조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친구/가족들과 한 자리에 둘러 앉아 함께 나누는 관습을 지녔는데, 이 같은 행동적 습관은 현대에까지 이어져..."

라는 기사에 대하여 이를테면:

"...식습관이 유전자에도 영향을 미쳤단 주장인데, 그 근거는 대체 무엇인지 일언반구 없다..."

라는 비판을 하셨습니다만, 사소한 오해 하나와 중요한 오해 하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사소한 오해는, 식습관이 자식의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Epigenetics). Central-dogma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DNA->RNA->Protin 일방통행 이론에는 사실 예외가 많다는 점이 슬슬 밝혀지고 있죠. 근데 이건 말 그대로 사소한 오해이고요.
  • 중요한 오해는, 위 기사에서는 식습관이 유전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DNA->RNA->Protin 일방통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식습관이 유전자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적 적응의 핵심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마침 이후에 인용하신 문장에 나와 있습니다.

도킨스의 "눈 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 혹은 이를 인용한 에반스의 "진화심리학(Introducing Evokutionary Psychology)"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다음 문장입니다:

"오로지 유익한 돌연변이만이 축적된다. 왜냐하면 그렇지 못한 돌연변이들은 후손에게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 선택의 유통 화폐는 생식적 성공이다. Only the beneficial mutations accumulate, because the other mutations are not passed on to offspring. The currency of natural selection is reproductive success. (p30, Introducing Evolutionary Psychology)"

이게 진화에 대한 널리 퍼진 오해라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위 문장이 뜻하는 바는 이로운 돌연변이만 유전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아니라, 이로운 돌연변이를 지닌 개체들의 생존 및 번식 성공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개체군의 유전자풀 내에 축적되는 경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약간 부연을 하자면 여기에서 이로운 돌연변이(beneficial mutation)란 당시의 환경에서 개체의 적합도(fitness)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높여주는 돌연변이를 뜻하며 좀 더 정확하게는 적합도는 당연히 포괄적응도(inclusive fitness)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장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이 맥락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연선택에 의해 이로운 돌연변이들이 선별적으로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적 적응의 가장 중요한 매커니즘이라는 것입니다. "식습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측면에서 부연하자면 DNA->RNA->Protin 일방통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돌연변이로 인한 개체간의 차이, 차이로 인한 선별적 생존과 번식, 돌연변이의 유전성이라는 세 가지 매커니즘의 조합으로 인해, 식습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진화론으로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진화론에 대한 부적절한 오해들이 만연한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올바른 비판들도 있을 것이고(이를테면 저는 진화심리학의 기반이 되는 진화생물학의 현대종합설이 비교적 최근의 연구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매우 생산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비판에는 항상 귀를 열어두어야겠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부당한 비판을 많이 받는 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당한 비판을 받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 대충 생각나는 이유들을 나열해보면:

  • 정치적으로 악용된 사례들(나치즘 등)
  • 특정 종교의 특정 종파가 악의적으로 뿌려대는 거짓말들(진화론에 의하면 원숭이가 인간이 되었다고 하는데, 지금 원숭이들도 조금 지나면 인간이 되는거냐?)
  • 선정적 기사를 원하는 기자들에게 아주 좋은 떡밥이 된다는 특성(사례 생략, 하도 많아서)
  • 누구나 진화론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점
  • 진화심리학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기존 학자들의 뻘비판과 그걸 보고 "아 이런 대가들이 비판하는걸 보니 나도 까도 되겠구나"하는 심리
  • 진화심리학 관련 논의를 읽으며 사실-가치 구분(fact-value distinction)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불쾌함(강간은 적응일지 모른다 -> 강간을 합리화!?)
  • 진화심리학/진화생물학자들이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를 위한 유전자" 등)의 원래 의미에 대한 오해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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