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Raph Koster의 “재미 이론 (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을 읽고 독후감을 쓴 적이 있는데요, 요번에는 원서로 다시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요 구절입니다:

많은 게임들, 특히 고전적 올림픽 스포츠로부터 발전된 게임들은, 매우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원시 인류의 욕구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1).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많은 행위들이 실은 우리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석기시대인이 될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역할을 한다(2). 우리는 구시대의 기술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은 먹기 위해 화살로 무언가를 맞춰야 할 필요도 없고, 자선행사에 참여할 때에나 마라톤 혹은 장거리 경주를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삶의 기술을 향상시키는데에서 재미를 느낀다. 비록 우리의 파충류 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조준하기나 망보기 등을 연습하길 원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게임이 현대 생활에 더 적합해지도록 발전시켜왔다(3).

예를 들어, 내가 소장하고 있는 많은 게임들이 연결망 구축과 관련되어 있다. 기차 선로나 송수로를 구축하는 게임은 석기시대인의 활동과는 딱히 관련이 없다. 인간이 진화됨에 따라, 게임도 바뀌어 왔다. 초창기의 체스에서는 퀸이 오늘날처럼 강력하지 않았다(4).

많은 게임들이 구식이 되었고 오늘날엔 더이상 즐겨지지 않는다. 곡물의 수확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으나 오늘날엔 그렇지 않다. 농경에 대한 게임을 많이 찾아볼 수 없는 까닭이다(5).

Many games, particularly those that have evolved into the classic Olympian sports, can be directly traced back to the needs of primitive humans to survive under very difficult conditions. Many things we have fun at doing are in fact training us to be better cavemen. We learn skills that are antiquated. Most folks never need to shoot something with an arrow to eat, and we run marathons or other long races mostly to raise funds for charities.

Nonetheless, we have fun mostly to improve our life skills. And while there may be something deep in our reptile brains that wants us to continue practicing aiming or sentry-posting, we do in fact evolve games that are more suited to our modern lives.

For example, there are many games in my collection that relate to network building. Building railway lines or aqueducts wasn't exactly a caveman activity. As humans have evolved, we've changed around our games. In early versions of chess, queens weren't nearly as powerful a piece as they are today.

Many games have become obsolete and are no longer played. Grain harvesting used to be a really big deal, but it isn't now. You can't find many games about farming on the market as a result.

--p60~62

한편, 2010년 4월 14일 현재 FarmVille의 MAU는 무려 82,000,000명 으로, 세상에서 가장 잘나가는 게임 중 하나죠.

 

결론은? 1) FarmVille이 게임이 아니거나, 2) FarmVille이 게임은 맞는데 실은 농장 게임이 아니거나, 3) Raph Koster의 위와 같은 추론이 틀렸거나.

 

1. FarmVille은 게임이 아닌가?

물론 FarmVille은 게임 맞습니다. 적어도(!?) 다음 글을 보면 Raph Koster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Yes, Farmville is a game. It just requires fairly little skill compared to games for “advanced” gamers. But by any reasonable definition of game, it fits perfectly. --What core gamers should know about social games

따라서 요건 일단 탈락.

 

2. FarmVille이 사실은 농장 게임이 아닌가?

반쯤 맞고 반쯤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FarmVille이 사실 농장 게임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맞다고 볼 수 있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FarmVille의 내부적인 게임 매카닉은 그대로 유지하고 농장이 아닌 다른 테마(이를테면… 카페나 수족관)로 바뀌더라도 잘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FarmVille의 본질이 “농장”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 FarmVille은 농장 게임이 아니다(즉, 농장 게임이라서 잘 되는게 아니다)라고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혹은 좀 방향을 틀어서, 실은 "길잃은 외로운 짐승들" 기르는 게임이었다거나. ㅎㅎ)

Social Engineering

http://www.virtualshackles.com/63

한편, 현재 논의의 맥락에서 보면 농장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하는건 반칙이죠. "게임의 본질은 수학적 추상성"이라고 우기면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는 누구든지 아무 게임이나 들도선 "이 게임이 안팔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대부분은 해드샷 스킬을 연습할 필요가 없으므로 FPS는 망할거라거나, 예전에는 잘나가던 1942가 잘 안되는 이유는 1,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관계로 사람들이 더이상 전투기 조종 스킬을 배울 필요가 없어졌다거나 등등.

이렇게 아무 게임이나 장르건 일단 깐 다음에 누군가가 "무슨 소리야, 이 게임들 여전히 잘 나가는데?"라고 하면 "오해다, 실은 1942의 본질은 전투기가 아니다"라거나, "오해다, 카스의 본질은 총이 아니다" 등등 본질드립을 치면서 빠져나갈 수 있게 되는거죠.

따라서 "사실은 농장 게임이 아닌가?"라는 질문의 답은 맥락에 따라 다른거고, 현재 맥락에서는 FarmVille은 농장 게임 맞습니다.


3. “재미 이론”의 위와 같은 추론이 틀렸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온갖 대중서/전문서들에 넘쳐나는 잘못된 진화론적 분석의 또다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출근해야하니까 다음 글에서. (사실 이게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 --> 재미에 대한 잘못된 진화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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