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umane Interface 스터디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3장을 끝냈는데,
모드 없는 인터페이스(modeless interface) 개념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몇 년 전에 혼자 읽을 때 보다 모여서 같이 읽으니 훨씬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1. 주의 소재
3장에서 저자는 모드 없는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모드 없는 인터페이스라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일단 주의 소재(locus of attention)와 모드(mode)의 의미를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의 소재란:
사람이 깨어 있고 의식을 하고 있을 때, 의도적으로 또는 적극적으로 생각중인 물리적 세계의 사물, 특징 혹은 아이디어 --p23
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조용히 글을 쓰고 있다가 창 밖에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리면 나의 주의 소재는 해당 고함소리로 옮겨집니다. 이 때 "아차, 정신차리고 글이나 계속 써야지" 하면서 머리 속으로 글의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으면 그 생각이 나의 주의 소재가 됩니다. 그러다가 글쓰기 화면 좌상단에서 "작성하신 글을 임시 저장중입니다"라는 글이 나타나면 순간 주의 소재가 해당 메시지로 옮겨졌다가 금방 또 글의 주제로 되돌아옵니다.
저자에 의하면(위 예시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첫째, 주의 소재는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옮겨질 수도 있고 둘째, 한 사람은 동시에 두 개의 주의 소재를 가질 수 없습니다.
2. 모드
주의 소재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를 기반으로 이번에는 모드를 정의할 수 있습니다. 모드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사용자의 제스처에 대해 인간-기계 인터페이스가 다음의 두 조건을 만족시킬 때, 그 인터페이스는 모드적이라 할 수 있다. (1) 인터페이스의 현상태가 사용자의 주의 소재가 아니며, (2)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제스처에 대해 시스템의 현상태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 --p54
예를 들어 MS-Word에서 Insert 키를 누르면 화면 하단의 상태바(status-bar)의 글귀가 삽입/겹쳐쓰기로 토글 됩니다. 실수로 Insert 키를 누르거나, 의도적으로 눌렀으나 마침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한참 통화를 하는 바람에 그 사실을 잊은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화면 하단에 현재의 상태가 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표시가 사용자의 현재 주의 소재일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때 사용자가 무언가를 입력하기 시작하면 삽입 상태인지 겹쳐쓰기 상태인지에 따라 인터페이스가 다르게 동작할 것입니다. 이 상황은 (1) 인터페이스의 현상태가 사용자의 주의 소재가 아니며, (2) 인터페이스가 하나의 제스처에 대해 시스템의 현상태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 때문에 모드적입니다.
3. 모드 없는 인터페이스
저자는 가능하면 시스템의 전체 인터페이스에서 모드를 최대한 제거할 것을(이상적으로는 전혀 모드가 없게 설계할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설계한
Canon Cat은 모드를 없애기 위해 전원 버튼을 제거한 (당시에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캐논사의 캣은 모드를 없애기 위해 아예 전원 스위치를 없애 버렸다. 그 이유는 전원의 ON/OFF 상태에 따라 제스처에 각기 다르게 반응하게 함으로써 전원 스위치가 일종의 모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p65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 "Hello"를 입력하기 위해 "H" 키를 누르면 전원이 켜지고, 부팅이 끝나는 즉시 가장 마지막에 작업하던 문서가 열리며, 가장 마지막에 캐럿이 있던 곳에 H가 입력됩니다. 부팅 중에 입력한 나머지 글자들("ello")도 무시되지 않고 입력이 된다고 합니다.
4. 올바른 습관 형성을 돕는 인터페이스
모드 없는 인터페이스의 장점은 사용자들의 올바른 습관 형성을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습관 형성이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작업자의 주의 소재가 인터페이스 자체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점 적어진다는 말이 됩니다. 즉, 인터페이스는 그냥 공기와 같이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이 상태에서 사용자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과업(task)에만 고도로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