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정말 멍청할까요? 그래서 새로운 UI에는 잘 적응하지 못할까요? 새로움과 어려움은 동의어이고, 새로운 UI를 만드는 사람은 어려운 UI를 만드는 사람일까요?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멍청한 사용자"를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제 머리 속에도 멍청한 사용자라는 유령이 살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없어진 모양입니다. 참말 다행입니다).
하나의 유령이 IT 업계를 떠돌고 있다. 멍청한 사용자라는 유령이...
제가 확실히 본 것이 있다면, 멍청한 사용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멍청한 UI"가 있을 뿐입니다. 에... 사실은 저도 그런 UI 좀 만들어 봤습니다. 최근에도 동료들과 합심하여 하나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사용성 테스트, 유저 리서치 등을 통해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좀 덜 멍청한 UI로 고치는 중입니다. :-)
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 같이 만들었냐고요? 제가 그랬습니다. ㅜㅠ
사용자는, 아니, 인간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정말 놀라운 능력들이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인지 모듈들(에... 저는
진화된 심리 모듈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단 인지심리학스러운 단어로)이 온갖 복잡한 문제들을 순식간에 풀어냅니다.
눈동자는 수백~수천분의 1초 단위의 속도로 움직이고, 시지각의 놀라운
병렬처리능력(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덕분에 엄청난 계산을 요하는 시각적 쿼리(visual query)를 단번에 처리해버립니다. 또, 극도의 정밀함으로 마우스를 조작하고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유전자에 새겨진 진화적 기억들이 각자의 뇌에 담기고, 또 각자가 살아가면서 얻어낸 수많은 기억과 경험들이 여기에 첨가됩니다.
인터랙션 디자이너로써 우리가 할 일은? 일상에서는 자연스럽게 발휘되는(하지만 너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생각해볼 겨를조차 없는) 이 능력들이 가상의 공간(화면)에서도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많은 책들이 이러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디자인과 인간 심리)
- Things That Makes Us Smart (생각있는 디자인)
- The Humane Interface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
- Don't Make Me Think
- Information Visualization - Perception for Design
- Visual Thinking for Design
등등.
사용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견 멍청해보이는 행동을 하면 누구탓? 제작자 탓.
혁신적인 UI를 만들지 말아야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실패에 대한 리스크, Time to Market, ROI 등등). 하지만, 사용자가 멍청하기 때문에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가 혹은 혁신적인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성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혁신은 원래 대부분 실패해왔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멍청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PS: 에, 혹시나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첨언하자면, 우리 회사에서 누군가가 이런 주장을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걍 저 스스로한테 하는 다짐 비슷한 거라고 생각해주세요.
Comments
기억과 경험에 없는 UI라면 조금이라도 학습이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쉽게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요? Back 버튼이나 창을 닫음으로써 얼마든지 쉽게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용자가 학습이라는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노력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좋은, 시기적절한 가이드도 중요하구요.
헉. 더 적고 싶지만 출근해야겠어요. ㅠ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저도 출근해야하니 짧게.
1) "사전 경험이 없으면 학습이 필요하다"는 가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머리 속에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사전 경험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고(easy to learn), 쓰다보면 점점 더 친숙해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easy to use)
2) 어쩔 수 없이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면, 그 과정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생소한데 자연스럽지는 못하고 그래서 뭔가 배워야할 것 같고 그런데 그게 부담스러워서 나가버리면" 그것 또한 사용자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이죠.
혁신적인, 그러면서도 좋은 UI는 "우와 새롭다, 이제부터 열심히 배워봐야지"가 아니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편한데?"라는 반응을 끌어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정말 어려운 과제인거죠.
음;;위자드웍스에 있을 때 Apple Human Interface Guidelines를 제본을 떠서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 읽은 적이 있습니다. UI 만들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저라고 뭐 훌륭한 UI를 만들어왔던 건 아닙니다만 정말 잘 나온 문서라서 혹시 안 읽어보셨으면 완전 추천입니다;;
OS의 UI 가이드는 http://jania.pe.kr/aw/moin.cgi/UserInterfaceGuidelines 요기에 모아놓고 종종 참고하고 있답니다. 저도 참 좋은 문서라고 생각해요.
보면 아는 것 같은데, 참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한적이 있습니다. http://dobiho.com/?p=392
앗 네 ^^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 전부터 스토킹 중이었습니다 ㅎ)
제이콥 닐슨이었나, "직관적인 새로운 인터페이스는 익숙하지만 불편한 인터페이스보다 언제나 우월하다." 라는(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말이 떠오르네요.
헛. 의외로군요. 제이콥 닐슨이라면 Top 10 Application-Design Mistakes ( http://www.useit.com/alertbox/application-mistakes.html ) 1순위로 "Non-Standard GUI Controls"를 꼽을 정도인데 말이죠 ㄷㄷ
뭔가 부연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말씀하신 non-standard gui controls는 버튼이나 스크롤바 같은 인터페이스 요소를 심미성을 목적으로 임의로 변경하는것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한 것이라면 제가 얘기한 맥락은 전체적인 인터페이싱 플로우에 있어 새롭지만 더 편리한 해결안(?) 정도의 개념이어서, 개념상의 레이어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화자나 내용에 대한 오류가 있을지 모르니 조금 검색해 보고 또 답글을 달도록 하지요.
비슷한 내용을 찾았는데요, 혹시 Alan Cooper 아녜요? "Designing for Interaction"에서 인용합니다:
Both Microsoft and Apple have standards guidelines that can be downloaded online and are religiously followed by many. Usability gurus such as Jakob Nielsen promote and swear by them. (...중략...) There are certainly good reasons for having and using standards. (...중략...) So why ever violate or alter standards? (...중략...) interaction design guru Alan Cooper solved this dilemma with his axiom: "Obey standards unless there is a truly superior alternative."
그리고, 구글에서 검색해보니 Alan Cooper가 "About Face"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고 합니다. 아마 위 책의 저자는 이걸 인용한 것 같아요:
"When should we violate standards? The answer to this question is simple, but difficult: We should violate standards whenever we have a darn good reason to."
에.. 찾다가 포기하고 까먹고 있었네요. 오늘 올리신 글 받아보고 생각나 들어왔다는; 다시 찾아보도록 하지요. 원어로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라 검색에 애로사항이 꽃피는군요.
저도 ui 관련 일을 오래 할수록 사용자가 멍청한 것 보다 작업자들이 멍청하다는 생각이 더 들때가 많아지네요..
공부도 많이 해야겠고, 경험도 많이 쌓아야겠고... 욕심은 참 많은데 머리가 잘 안따라주는군요. ㅎ
그 멍청한 UI에 적응하는 사용자가 무서운거죠...
으음 그멍청한 UI에 멍청한 사용자인가?-_-a
스토리베리를 잘 쓰고 계시는 종달님이 이런 글을 남기시니 마음이 아파져옵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