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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원인분석의 틀: 진화심리학"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글의 요지는 "Five whys" 같은 방식을 통해 근본원인분석(Root-cause analysis)을 하려면 질문을 얼마나 잘 하는가가 매우 중요한데, 여기에 진화심리학 혹은 진화심리학적인 사고방식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김우재님은 "진화심리학이 근인을 분석하는 툴이라니?" 라는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정확히 무엇을 문제로 보시는지 본문에 명시하지 않으셔서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최근 달린 댓글을 보니 다음과 같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어떤 학문이 궁극인을 밝히는 툴, 즉 도구가 될수는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 게다가 궁극인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잠정적 가설로서 설정하는 겁니다. 우리가 분석하는 것이 어떤 원인이 될수는 없습니다. 원인은 가정하는 것이고 현상이 분석하는 겁니다. 필자가 분석을 '알아낸다'라고 썼다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특히 궁극인은 조작적 혹은 실험적인 검증이 불가능한데 이걸 검증하는 도구라면 모를까 궁극인을 분석하는 도구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김우재님의 위 지적에 대한 일부 해명(?)은 한동성님의 코멘트에 밝혀져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옮겨적겠습니다:
음… 링크된 글의 필자는 '툴'이 아니라 '틀'이라고 적은 것 같은데요. ('툴'이라는 글자는 글에서 발견되지 않는군요.) 글자의 차이는 사소하지만 뜻이 많이 달라지지 않나 싶습니다. ^^; '분석'이 과학적으로 엄격하게 사용되지 않은 어휘일 수도 있겠지만, "고객 이탈 원인 분석", "청소년 범죄의 원인 분석" 등 '원인을 분석'한다는 말은 일상적으로 쓰입니다("원인 분석"에 대한 구글 검색 결과 26만 개 이상). 이 정도면 원인 분석이라는 말을 "현상을 분석하여 원인을 밝혀낸다" 정도의 관용어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영어의 '근본 원인 분석' 또한 많이 쓰이는 말이고요. (http://www.google.co.kr/search?q=root+cause+analysis , http://en.wikipedia.org/wiki/Root_cause_analysis)

여기에 약간 부연하자면, 저는 진화심리학이 '틀(frame)'이 아니라 '툴(tool)'이라고 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사실 frame과 tool이 뭔 차이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우재님의 코멘트에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는데요:
어떤 학문이 궁극인을 밝히는 툴, 즉 도구가 될수는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 특히 궁극인은 조작적 혹은 실험적인 검증이 불가능한데 이걸 검증하는 도구라면 모를까 궁극인을 분석하는 도구라는 건 말이 안됩니다.

여기에서 조작적/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궁극인이란 아마도 ultimate cause를 말하는 것일테고, 제가 진화심리학을 도구로 사용하여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근본원인분석(RCA)의 근본원인(root cause)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철학적/인식론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밥 벌어먹고 사는 얘기 즉, 웹 사이트나 소프트웨어 기획(design)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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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이거 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참 흥미롭습니다. 제가 회사에서 항상 떠드는 것이 "기획을 좀 더 과학적으로 하자"라는 것인데요, 이 글에서는 "기획은 밥 벌어먹는 얘기고 과학이랑 별 상관 없으니까 너무 엄밀하게 접근하지 말아달라"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을 하나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진화심리학은 HCI, UX, IV 등에도 도움이 되고, SNS를 기획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도 추후에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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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라이프니츠 at 2008/09/21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CA 라는것은 처음보는데 위키피디아의 설명을 잠깐 보니 어떤것인지가 이해되는군요.

    그런데 우재님이 지적한건 여전히 유효한것 같습니다. 또는 여전히 이 글에 포착되어있지 않네요. (ultimate cause가 수학에서 '공리'와 대등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유비를 사용하자면) 제 생각에 우재님이 지적한건 수학에서의 공리는 전제되는것이지 분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리를 분석하는 도구 따위는 없다라는 얘길 하신거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alankang님은 자신의 논지가 ultimate cause를 밝히는 맥락이 아닌 RCA에서의 root cause를 밝히는 맥락에 놓여있기 때문에 우재님의 논박에서 벗어난다고 살짝 비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저는 root cause와 ultimate cause간의 관계를 물을 수 밖에 없군요. 만약 둘이 전혀 다른것을 지칭하는것이라면 본인의 주장을 보존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재님의 반박은 여전히 성립하고, 그에 합당한 반론을 제시하셔야 할 필요성은 남는겁니다.

    덧붙여..RCA에 대한 제 생각은 (지금 처음본 인상만 가지고 얘기하면) 문제해결을 위한 특정 연구방법론인듯한데 이런 방법론에 종속되는것보다는 이미 잘 알려진 문제해결을 위한 휴리스틱스를 연구과정에 도입하고 끊임없이 반성해보는것이 더 낫지 않나 싶군요. 특정분야에서 실용적인 의미는 있을것 같지만 과학자들이 이런절차를 밟아 연구하는것은 별로 안 좋아할것 같습니다.

    꼬리...분석이라는 용어를 조심스럽게 사용하는것이 피차의 이해를 돕는데 좋겠군요. 하필 RCA에서의 A가 분석의 약자이니 이런 혼란이 가중되는듯..RCA에서도 공리가 되는 전제는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탐색의 대상이 될 뿐이죠.

    • BlogIcon alankang 2008/09/21 1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공리 비유 좋군요 ^^

      공리를 분석하는 도구란 있을 수 없고, 공리를 분석하겠다는 의도도 애초에 없었고, 제 관심사도 아닙니다. 따라서 논지가 비껴간게 아니라 애초에 제가 쓴 원래 글의 논지가 아니었던 것이죠.

      RCA에 관련된 이번 논란(--;)의 핵심은 A가 아니라 RC라고 봅니다. (그래서 틀이건 툴이건 상관없다고 한 것입니다). Root-cause라는 말이, 그 뜻만 보자면 "근본적인 원인" 혹은 좀 심하게는 "제1원인"이라는 식으로 읽히는데, 사실은 전혀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메일 클라이언트 사용법이 어렵다"

      라는 문제에 "five whys"를 적용해서

      "어떻게 하면 사적인 대화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도달했다고 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root-cause가 될 터인데, "제1원인"이나 "궁극원인"과는 거리가 멀죠.

      한편으로, 말씀하신 부분(root cause와 ultimate cause의 관계)은 (이 논의와 관련이 있건 없건) 아주 재미있는 생각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윗 글의 "추신" 부분에 여운을 남긴거고, 별도의 글로 제 생각을 적어볼까 합니다.

      아, 그리고 RCA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주셨는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생각을 위한 도구상자에 다양한 도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고, 그때그때 적당한 도구를 들고 쓰면 됩니다. 그 중 하나가 RCA인거죠. (원래 RCA는 경영혁신, 프로세스 개선, (공장 등에서) 고장원인분석 같은 분야의 문제해결법입니다. 딱히 과학적 연구에 적용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약간 그런 쪽으로 한정지어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요...)

      감사합니다.

  2. 라이프니츠 at 2008/09/21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엔 어떤 논리에 알맞는 반박을 하려면 상대편이 어떤 지점에 포커스를 두는지를 정확히 짚어내고 그것에 자신의 글 어떤 부분이 맞부닥치는지를 밝히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대편이 공격하는 지점을 그대로 물고와서 그 부분을 반박하던지 수긍하던지 해야 하는게 정석이라는거죠.

    그래서 그럴 의도가 없었다...혹은 전혀 상관없는 얘기다..라고 논점을 비껴가는것은 제대로 얘기하자면 논증의 반절밖에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alankang님이 애초에 공리분석에 뜻이 없었다는 점은 잘 이해할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우재님의 글과 엮이면서 제대로 섞이지 못하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제 경험상 "내 의도가 아니었다. 상관없는 얘기다" 라는 표현은 상대편이 공격하는 지점과 자신의 논지를 애써 섞지 않으려 하는 노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표현이니까요.

    그래서 우재님글과 alankang님 글의 연결지점을 제가 코멘트로 채워넣으려 했던거죠. alankang님이 이 부분을 인지했느냐의 사실과 무관하게 말입니다.

    • BlogIcon alankang 2008/09/21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논점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질문이 논점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수긍을 하던지 반박을 하던지"라고 하셨는데, 애초에 질문이 잘못되었으니 수긍도 반박도 없습니다. 그냥 대화가 있을 뿐입니다. 굳이 하라면, 당연히 맞는 말이기 때문에 수긍합니다. 이미 했고요.

      강규영: "근본원인분석에 진화심리학이 도움됩니다. 특히 궁극인과 간접인의 간극을 잇는데 좋아요"
      우재님: "궁극원인은 분석의 대상이 아니죠"
      강규영: "네 맞아요. 근데, 궁극원인 말고 근본원인분석요."
      라이프니츠님: "궁극원인이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수긍하거나 반대하세요"

      이렇다는 얘기입니다. ^^;;

  3. 김우재 at 2008/09/21 15: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비에비. 이것보다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합시다. 라이프니츠님의 공리비유와 제 논점이 같은 것은 맞습니다만, 애초에 시작이 제 늙어가는 시력과 판단력 미스에서 비롯된 근접인과 근본원인에 대한 미스였으니 이건 논쟁할 거리도 안됩니다.

    앞으로 궁극인과 근접인에 대한 지금까지 정리된 제 생각들을 많은 예들로 설명해 나갈테니 거기에 대한 의견들로 뭔가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훌륭하신 두분들, 이 일로 감정 상하지도 않으시겠지만 화살은 제게 돌려주세요. 못난 이놈 탓입니다. 돋보기를 사야하나...에구,

  4. 라이프니츠 at 2008/09/21 18: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논쟁할꺼리가 안된다는 우재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그 점은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된것처럼 ultimate cause, root cause간의 관계 규명의 과정이 이어지게 된다면 더 좋을것 같습니다.

  1. alankang at

    댓글을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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