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ile"을 "기민한"이라는 익숙치 않은 한자어로 옮긴 것은 옳지 않으며 "날쌔다"와 같이 쉬운 순우리말로 옮기거나 차라리 그냥 "애자일"이라고 쓰는 것이 좋겠다. 괜히 멋부리느라 그렇게 한 것 아닌가.
1) "agile"과 비슷하게 (적절히) 어려운 우리말 단어이며 2) "agile"이 단어가 담고 있는 뜻을 더 잘 표현하기 때문에 "기민한"을 선택했다. 괜히 멋부리느라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consilience라는 말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를 놓고 상당히 오랫동안 고민했다. (...) 그동안 적지 않은 번역을 해 왔지만 단어 하나를 두고 이처럼 장고를 해 본 적은 일찍이 없었다. (...) 처음에는 통일, 통합, 일치, 합치 등의 단어들을 고려해 보았다. 하지만 이 우리말 단어들은 coherence, coincidence, conformation, integration, unification, unity 등 기존의 유사한 영어 단어들과 명확하게 구별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윌슨(책의 원저자인 Edward Wilson)도 용어 선택을 놓고 부심했음을 구구절절 본문에 밝히고 있다. 그는 처음에 coherence(우리말로 흔히 정합, 일치, 조리 등으로 번역된다)라는 단어를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 같다. 그러나 끝내 consilience를 택하며 단어의 희귀성이 의미의 정확성을 보전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확하게 같은 이유로 나 역시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단어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했다. (...) 통섭(統攝)은 대만 중화 학술원에서 펴낸 "중문대사전"과 일본 학자 모로하시 데쓰지가 편찬한 "한화대사전"에 비교적 상세히 설명되어 있는 것처럼 '큰 줄기' 또는 '실마리'라는 뜻의 통(統)과 '잡다' 또는 '쥐다'라는 뜻의 섭(攝)을 합쳐 만든 말로서 '큰 줄기를 잡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 사실 윌슨은 "사물에 널리 통하는 원리로 학문의 큰 줄기를 잡고자" 이 책을 저술한 것이니 그의 consilience에는 전자와 후자의 개념이 모두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p10~13
아, 참고로 옮긴이 서문을 쓰신 분은 에드워드 윌슨의 제자인 최재천 교수님입니다(공역자 한 분도 역시나 유명하신 장대익 교수님).
통섭이라는 책을 빌려보고 있습니다. 각 학문의 연구자들이 발견에 몰두하여 파편적으로 흩어지는 현재의 모습을 진단하고, 공통 언어로 커뮤니케이션 해서 각 지식간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나는 의도를 담고 있는데요. 글쓴이가 생물학자여서 그런지, 생물학에 관련된 예가 풍부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인간 문화의 금기는 인간 본성이 반영되어서 나타난 모습인지, 아니면 본성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인지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부분을 특히 흥미롭게 읽었습..